청암 배성근 기자
어사옥비 가는 길 안내문
창원의 한적한 공간, 창녕 조씨 재실인 모선재(慕先齋) 비각 안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작은 비석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창원 어사옥비(昌原 御賜玉碑)이다. 이 비석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조선 시대가 추구했던 인간의 품격과 청렴의 가치를 담고 있는 역사적 기록이다.
어사옥비는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조치우 선생의 부인에게 임금이 하사한 비석이다. 왕이 직접 내린 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며, 당시 사회가 한 사람의 삶과 덕행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어사옥비 전경
조치우 선생은 대구부사를 지낸 인물로, 권력과 재물을 가까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평생 청렴과 원칙을 지켰다. 그의 이러한 삶은 조정으로부터 인정받아 청백리(淸白吏)에 올랐다. 청백리는 단순히 가난하게 산 사람이 아니라, 높은 지위에서도 사적인 욕심을 버리고 백성을 위해 봉사한 관리에게 내려지는 최고의 명예였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과 경쟁이 중심이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성공의 기준이 재산과 지위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지만, 어사옥비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다르다.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어사옥비
비석은 오랜 세월 풍화되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돌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안에 새겨진 정신은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조치우 선생과 그의 부인에게 내려진 어사옥비는 한 가문의 영광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청렴과 신뢰, 그리고 올바른 삶의 태도가 얼마나 오래 기억되는지를 보여주는 인문의 거울이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은 오래된 비석의 모양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의 향기이다. 창원 어사옥비는 오늘도 조용히 서서,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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