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 재추진 아이슬란드, EU에 "국민투표 간섭 사절"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07 18:09

29일 국민투표로 가입 협상 재개 결정…찬반 팽팽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29일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재개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북극권의 부국 아이슬란드가 투표를 앞두고 EU 측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EU 전문 매체 유락티브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민투표에서 '찬성'을 독려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정부는 오히려 EU가 거리를 두는 것이 국민투표 가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유락티브는 전했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와 소르게르뒤르 카트린 군나르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외무장관 모두 이번 사안은 오직 아이슬란드 국민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임을 강조해 왔다.


프로스타도티르 총리는 지난 6월 아이슬란드 의회에 출석해 "국민이 (EU 가입과 관련한)의문에 대해 EU에 답변을 구한다면 EU가 이에 답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외부의 정치적 개입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프로스타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슬란드의 이런 경고는 비공식적으로 EU 당국자들에도 전달됐다고 한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와 관련 "우리는 회원국이나 다른 국가의 선거, 국민투표에 어떤 형태로도 개입하지 않는다"며 "이번 국민투표는 아이슬란드 정부가 실시하는 것이며, 결정은 전적으로 아이슬란드 국민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EU 고위 당국자들은 아이슬란드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찬성 진영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에만 최소 7명의 유럽 고위 정치인들이 아이슬란드를 방문했고, 이들 대부분은 아이슬란드가 EU 가입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지난달 아이슬란드를 찾은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서 아이슬란드에 손해나는 것은 없다"고 훈수를 뒀다.


코스타스 카디스 EU 어업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4월 아이슬란드 방문 당시 EU가 어업 분야에서 일부 양보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수출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 어업을 둘러싼 양측 이견은 아이슬란드의 EU 가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어업권 통제와 함께 유로화 도입 문제, 글로벌 지정학적 격변 속 안보 문제 등이 이번 국민투표의 쟁점으로 거론된다.


투표를 약 3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찬반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 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 지지율이 각각 46%로 동률을 이뤘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는 8%로 집계됐다.


인구 39만4천명의 아이슬란드는 당초 내년쯤 해당 안건을 놓고 국민투표를 치르려 했으나 북극권의 이웃인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가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병합 위협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시간표를 앞당겼다.


EU 가입에 찬성하는 진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이 맞물린 국제 질서 격변 속에서 아이슬란드가 국가 안보를 지키려면 상호방위 조약으로 엮인 EU라는 큰 울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진영은 민주주의, 삶의 질, 국민소득 등 각종 국제지표에서 현재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EU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한 EU의 일원이 될 경우 아이슬란드의 입법과 규제 권한의 일부가 EU로 넘어가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인구가 채 40만명에 못 미치는 소국의 특성상 아이슬란드의 목소리를 EU 내부에서 제대로 반영되게끔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만약 이번 국민투표 가결 후 가입 협상이 순조롭게 이어져 EU의 희망처럼 2028년께 아이슬란드를 새 회원으로 영입한다면, 아이슬란드는 몰타(인구 59만명)를 제치고 인구 규모에 있어 EU의 최소 회원국이 된다.


EU는 부유한 아이슬란드를 회원으로 받아들이면 EU 예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북극 안보 강화에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아이슬란드의 합류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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