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제21회 재능시낭송여름학교 포스터(사진=경북재능시낭송협회 제공)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 시인 박인환이 태어난 지 100년. 두 개의 ‘100년’을 시낭송으로 잇는 특별한 여름 문학학교가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다.
재능시낭송협회는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간 인제군 동국대학교 만해마을수련원에서 ‘2026 제21회 재능시낭송여름학교’를 개최한다.
올해 행사는 단순한 시낭송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00년 전의 시를 오늘의 목소리로 다시 읽는 자리’에 무게를 두었다. 1926년 간행된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발간 100주년과 같은 해 태어난 박인환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겹치는 해라는 점에서다.
JEI 재능문화가 주최하고 재능시낭송협회와 동국대학교 만해연구소가 주관한다. 한국시인협회와 JEI재능교육, 인제군, 만해축전추진위원회, MIBA 등이 후원한다. 이상호 한국시인협회장이 여름학교 교장을 맡고 연극배우 박정자, 문학평론가 이숭원, 김윤길 전 만해마을교육원장 등이 초청강사로 참여한다.
첫날 밤, “한용운은 왜 『님의 침묵』을 썼나”
28일에는 개강식에 이어 제36회 JEI재능시낭송대회 특별예선과 박인환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시상식 등이 진행된다.
특히 저녁에는 이숭원 문학평론가가 ‘만해 한용운은 왜 시집 『님의 침묵』을 썼나?’를 주제로 별밤 강연에 나선다. 만해의 시를 작품 자체에만 가두지 않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사상, 사랑과 저항의 언어를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이어 ‘오늘, 박인환을 다시 읽다’를 주제로 한 조별 스터디가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박인환의 시를 다시 읽으며 한국전쟁 전후의 도시적 감수성과 청춘, 고독의 언어가 오늘의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이야기한다.
백담사 새벽길 걷고 만해의 문학세계 속으로
둘째 날인 29일은 새벽 5시30분 백담사 계곡길 명상과 산책으로 문을 연다. 참가자들은 백담사 둘레길을 걸으며 만해가 머물렀던 공간의 숨결을 직접 만난다.
오전에는 만해평화지종 타종식과 만해마을 소개에 이어 김윤길 전 만해마을교육원장이 만해기념관의 전시와 한용운의 삶을 설명한다. 이후 만해 전시관과 시집박물관, 여초서예관 등을 둘러보는 문학기행이 이어진다.
오후에는 문학과 공연이 본격적으로 결합한다. 김목원 라이브드로잉아트 ‘찰나에 피다’를 시작으로 『님의 침묵』 발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낭송공연이 펼쳐진다.
공연 1부 ‘백년의 숨결… 님의 침묵을 노래하다’와 2부 ‘백년의 숨결… 님의 침묵을 노래하다’에서는 『님의 침묵』에 실린 시 전문 88편을 낭송으로 되살린다. 한 권의 시집 전체를 여러 사람의 목소리로 다시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여름학교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이다.
활자 속에 머물러 있던 시가 100년 뒤 사람의 입과 귀를 통해 다시 현재의 언어가 되는 셈이다.
저녁에는 만해광장에서 ‘한여름 밤의 향연’이 펼쳐지고 참가자들이 시와 이야기를 나누는 밤마실로 둘째 날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날은 ‘박인환의 인제’를 걷는다
30일에도 이른 아침 백담사 계곡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후 ‘인제 인문학 투어-박인환 문학관’ 프로그램을 통해 박인환의 삶과 문학을 되짚는다.
박인환은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한국 모더니즘 시의 한 축을 이룬 시인이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그의 고향에서 시인의 삶과 작품을 다시 읽는다는 점에서 이번 문학기행의 의미가 각별하다.
참가자들은 박인환문학관 등을 돌아본 뒤 만해마을로 돌아와 수료식을 갖고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 권의 시집을 88개의 목소리로
올해 재능시낭송여름학교의 중심에는 ‘다시 읽기’가 놓여 있다.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읽지 않았던 고전의 언어를 다시 펼쳐 들고, 눈으로 읽는 시를 사람의 숨과 목소리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특히 『님의 침묵』 전문 88편 낭송은 이번 행사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하는 한 세기 전의 언어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낭송자들의 목소리를 통과하면서 2026년의 새로운 『님의 침묵』으로 태어난다.
여기에 박인환의 시 세계와 인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배치해 한용운과 박인환이라는 서로 다른 두 시인의 ‘100년’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김경복 재능시낭송협회장은 “한용운의 『님의 침묵』 발간 100주년과 박인환 시인 탄생 10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했다.
올해로 21회를 맞는 재능시낭송여름학교는 시낭송과 강연 중심의 기존 문학행사에서 벗어나 산책과 명상, 공연, 문학기행, 조별 토론을 한데 엮었다. 백담사 계곡을 걸어 만해의 흔적을 만나고, 박인환이 태어난 인제를 돌아본 뒤 밤에는 다시 한 편의 시 앞에 앉는 방식이다.
결국 이번 여름학교에서 말하는 ‘100년’은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아니다.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시가 다른 사람의 귀에 닿는 순간, 오래된 시는 다시 오늘의 시간이 된다.
1926년의 한용운과 박인환, 그리고 2026년 인제에 모이는 사람들 사이에는 꼭 한 세기가 놓여 있다.
그 100년의 거리를 잇는 것은 한 편의 시이고, 그 시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목소리다.

2026 제21회 재능시낭송여름학교 프로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