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철새 날아오는데 웬 불꽃놀이"…파주 공원 생태계 훼손 논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9-16 08:04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 겨울 철새 이동기 겹쳐…지난해 29종 373개체 관찰


"사전 생태 조사 선행돼야"…시 "불꽃 규모 축소·내년 일정 재조정 검토"


이동하는 철새이동하는 철새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22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서 철새들이 송전선 너머로 이동하고 있다. 2016.11.22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지로 홍보하면 될 것을 웬 불꽃축제랍니까"(엑스 아이디 'Dil*****')


한반도 대표 겨울 철새 도래지인 경기 파주시가 대규모 불꽃축제를 열기로 하자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단은 최근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 시민의 호소 글이었다.


작성자는 "파주는 철새도래지인데 철새가 한창 날아올 10월 31일에 축제를 한다"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수 120만 회, 공유(리트윗) 1만1천 회를 넘기며 누리꾼 사이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게시 글에는 "몇 년 전부터 하지 말자고 관심 좀 가져달라고 했는데", "불꽃놀이 말고 다른 방안을 생각해 줬으면" 등 옹호의 댓글도 다수 달렸다.


◇ 환경단체 "철새 도래기·축제 시기 겹쳐…생태 모니터링 선행돼야"


1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파주시와 파주문화재단은 다음 달 31일 저녁 운정호수공원 일대에서 불꽃놀이를 포함한 대규모 축제를 연다.


제8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 포스터제8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 포스터 [파주문화재단 제공]


2017년 주민 자체 추진으로 시작해 8회째를 맞은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는 파주시의 대표 가을 문화 행사로, 올해는 약 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화려한 축제 이면에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축제가 멸종위기종 등 수백 마리 조류의 쉼터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4일 시와 재단에 '생태친화적 축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단체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0월 말은 조류의 이동과 겨울 철새 도래 시기와 겹친다"며 불꽃축제 개최 전 운정호수공원의 조류 현황과 야간 휴식지 이용 여부 파악을 촉구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이 파주시에 제출한 생태친화적 축제 전환 및 모니터링 촉구 의견서파주환경운동연합이 파주시에 제출한 생태친화적 축제 전환 및 모니터링 촉구 의견서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이 같은 지적은 실제 현장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강원대 야생동물학연구실이 지난해 11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운정호수공원 모니터링에 따르면 공원 일대에서 최대 29종 373개체의 조류가 확인됐다. 이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큰부리큰기러기', 국가유산청 지정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기후변화 지표종인 왜가리와 청둥오리 등 법정보호종도 포함됐다.


연구실 김진금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다양한 조류 종의 서식은 운정호수공원이 단순한 인공 공원을 넘어선 건강한 생태계 기능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나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같은 희귀 조류의 관찰은 공원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잠재적 가치가 높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25년 11월 4일 운정호수공원 현장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출현종 사진2025년 11월 4일 운정호수공원 현장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출현종 사진 [강원대 야생동물학연구실 제공]


◇ 전문가 "시기 재검토·영향 조사 필요"…시 "내년부터 일정 조정 검토"


조류, 환경 전문가들 역시 축제 일정 조정을 권고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운정호수공원에 거주하는 텃새가 불꽃놀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겨울 철새의 이동 시기도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사이인 만큼 축제 시기가 이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명예교수 역시 축제 일정을 10월 중순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는 축제 기획 단계에서 철새 도래기를 사전에 세밀히 살피지 못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행사 준비가 상당 부분 진행돼 올해 일정 변경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이 아니며, 소음·수질·조류에 대한 사전·사후 조사를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올해는 진행 시간과 불꽃 발사 수를 대폭 줄이고 환경 부담이 적은 불빛 정원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년 행사부터는 철새 이동·도래 시기를 고려해 개최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획 단계부터 자연 환경적 요소를 더욱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2025년 11월 1일에 열린 제7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2025년 11월 1일에 열린 제7회 운정호수공원 불꽃축제 [파주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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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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