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 고독과 질병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09 23:58


고독과 질병




잊혀짐은 슬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잊혀지지 않으려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잊혀져 간다. 보통 사람도 그럴진대 대중들의 갈채와 환호 속에 묻혀 본 사람들의 잊혀짐은 뼛속에 사무칠 것이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배우, 잘나가던 정치인, 스포츠스타, 그리고 각계각층의 우상들…. 그들의 울창한 명성도 이내 세월의 먹이가 된다. 명성이 크고 우람할수록 외로움은 길고 짙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버림받음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소름끼치는 일은 누군가에게 잊혀짐이다. 잊혀짐은 잔인하다. 미움 속에는 아직 ‘내’가 남아있다. 누군가 나를 미워하는 것은 그의 생각 속에 내가 아직 지워지지 않음이다. 나의 체취와 체온이 아직 남아 있음이다. 모든 사람의 생각 속에서 내가 지워졌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잊혀짐이요,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잊혀진 여인이다.


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거나, 오지에서 한 철을 보내고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는 까닭없이 서글프다. 그러나 찬찬히 살피면 까닭이 있다. ‘그래, 나 없이도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구나. 모두들 행복하구나. 그렇다면 저들에게 나는 무엇인가. 나는 별것이 아니었구나.’ 그것은 ‘나 없는 세상’을 향한 투정이다. 현장을 떠난 사람들은 급속도로 늙는다. 은퇴했거나 잠적한 유명인들이 다시 나타났을 때는 거의가 예전의 활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고독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로움이 의욕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외로움이 질병을 부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의 스티븐 콜 박사는 외로운 사람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침입을 막는 백혈구가 덜 생산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외로운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내가 누군가를 잊게 되듯이 누군가도 나를 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독은 늘 곁에 있는 것이다. 현대인은 유독 고독에 약하다. 예전에는 없던 ‘광장의 고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가을이다. 누군가에 전화를 해야겠다. 내가 그를 기억하듯, 그가 나를 잊지 않도록. 찬 바람이 불면 감기보다 고독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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