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격언] 하느님은 모든 곳에 계실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드셨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9-17 05:46


“하느님은 모든 곳에 다 계실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드셨다.”

유대인에게 전해지는 이 격언은 어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단 한 문장으로 말한다.

하느님이 온 세상을 보살피듯, 어머니는 한 가정을 품고 지키며 자녀의 삶을 돌본다는 뜻일 것이다. 짧은 말이지만 그 속에는 사랑·희생·인내·보호·책임이라는 모성의 모든 가치가 담겨 있다.

자연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모성의 본능은 더욱 놀랍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산란을 위해 먼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 자체가 생명의 다음 세대를 위한 본능적인 희생이다.

황제펭귄은 혹독한 남극의 추위 속에서 알을 품는다. 특히 수컷은 오랜 기간 알을 발 위에 올려놓고 극한의 추위를 견디며 새끼가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떠나는 동안 아비가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모성이 단순히 암컷만의 역할이 아니라 자식을 지키려는 부모의 본능적인 사랑이라는 사실도 발견한다.

물고기 가운데도 놀라운 보호 본능을 보이는 종들이 있다. 아로와나는 알을 입안에 품어 부화시키고, 일부 시클리드류는 새끼를 입에 넣었다 뱉으며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가시고기는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더 극적인 모습도 있다. 코끼리 어미는 새끼가 위험에 처하면 몸으로 감싸 보호하고, 암사자는 새끼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곰 역시 새끼를 보호할 때는 평소보다 훨씬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자연에서 모성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본능이다.

인간의 역사도 다르지 않다.
가정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의 끼니와 교육을 걱정했던 사람이 어머니였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자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몫을 내놓았고, 자녀가 아프면 밤새 곁을 지켰다.

우리 근현대사에서도 수많은 이름 없는 어머니들이 가족과 사회를 지탱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자녀를 등에 업고 피란길에 올랐고, 산업화 시대의 어머니들은 시장과 공장, 농촌과 가정을 오가며 가족의 생계를 뒷받침했다.
그들의 이름은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보이지 않는 기둥이었다.

역사 속에는 모성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인물도 있다.
신사임당은 조선시대 여성으로서 예술적 재능을 꽃피우는 동시에 자녀 교육에도 힘썼으며, 훗날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널리 기억되었다.

영국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직접적인 모성의 사례는 아니지만, 타인의 생명을 돌보고 헌신한 삶을 통해 ‘돌봄’이라는 모성적 가치가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기억해야 할 어머니들은 유명한 위인들보다 우리 곁에 있었던 평범한 어머니들인지도 모른다.

새벽밥을 지어 놓고 자녀보다 먼저 일터로 나가던 어머니, 자녀에게 새 옷을 입히고 자신은 헌 옷을 입던 어머니, 자녀가 잘되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자신의 고생은 말하지 않던 어머니들이다.

어머니의 사랑에는 계산서가 없었다.

그래서 모성은 인간 사회의 가장 오래된 안전망이었다. 국가가 복지를 만들기 전에도 어머니가 가족을 돌보았고, 사회가 위기를 맞았을 때도 가정은 어머니의 품에서 다시 일어섰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위대한 모성을 어떻게 이어받아야 할까.
모성을 따른다는 것은 어머니처럼 무조건 희생하라는 뜻은 아니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약한 사람을 돌보며, 가족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자녀에게 무엇을 더 물려줄 것인가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사랑과 신뢰다. 부모가 자녀를 믿고, 자녀가 부모를 존중하며, 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짐을 조금씩 나누어지는 가정이야말로 모성의 정신을 이어가는 가정이다.

오늘날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독신 가구가 늘고, 자녀가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렇다고 모성의 가치를 버릴 이유는 없다.

오히려 각박한 시대일수록 모성의 정신은 더 필요하다.
내 가족만이 아니라 이웃의 아이를 살피고, 홀로 사는 노인을 돌아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모성을 실천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느님은 모든 곳에 다 계실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드셨다.”

이 말을 오늘의 언어로 바꾸면 이렇지 않을까.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가까운 사랑은 어머니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어머니는 한 생명을 낳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한 가정을 품고, 한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때로는 한 시대를 견디게 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어머니가 떠난 뒤에야 그 품이 얼마나 넓었는지 깨닫지 말자.
살아 계실 때 한 번 더 손을 잡고,
한 번 더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자.

어머니의 사랑은 우리가 받은 가장 위대한 유산이며,
그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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