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4명 처방 경험…10대 이하 처방량 5년새 1.9배
비대면 처방 위반 행정처분 2건…"관리·감독 체계 정비해야"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 추진계획 발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징벌적 과징금제도 도입, AI활용을 통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감시체계 전환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26년 하반기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6.6.18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꼴로 한 번 이상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짧은 진료시간과 비대면 진료 등에 대응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 번이라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국민은 약 2천1만명에 달했다. 같은 해 처방 건수는 약 1억건, 총처방량은 약 19억2천663만개로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왔다.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 1명당 연평균 약 96개가 처방된 셈이다.
소아와 청소년층의 처방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10대 이하 환자의 처방량은 최근 5년 사이 1.9배 늘어 환자 수 증가 폭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처방량은 139% 급증했다. 펜타닐 패치나 식욕억제제 처방은 일부 감소했으나 항불안제, 최면진정제, 항뇌전증제, ADHD 치료제 등은 여전히 대량으로 처방되고 있어 중독과 의존 위험을 동반한 장기 복용 문제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
짧은 진료 시간에 이뤄지는 쉬운 처방은 과량 복용과 불법 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찰 시간이 부족하면 환자의 중독 위험이나 다른 병원에서의 중복 처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약을 언제 어떻게 줄이거나 끊을지에 대한 설명과 동의 절차도 생략되기 쉽다. 결국 처방된 약이 대리 수령이나 신분 도용을 거쳐 불법 유통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을 키우는 셈이다.
비대면 진료 역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21년 11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한 의료용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수만 명의 환자에게 비대면 방식으로 마약류가 처방됐다. 이 기간 규정 위반으로 실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다. 2025년에는 유명 연예인이 단 몇 분간의 전화 상담만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제도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운영하고 의사에게 처방 내역을 알려주는 안전사용 도우미 서한을 발송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 처방을 감지할 데이터와 도구를 확보하고도 고위험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경고나 제재, 명단 공개 등 적극적인 행정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짧은 진료 관행과 느슨한 통제 시스템을 방치한 채 문제를 일부 개인의 일탈로만 축소할 것이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링 의무화 등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