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작가 바스케스 "소설로 평화의 가능성 탐구"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17 13:43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콜롬비아 정치현실 다룬 작품으로 주목


특별상 서수진 작가 "써야만 한다는 '당위'로 이를 악물고 쓴 소설"


수상 소감 밝히는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수상 소감 밝히는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기자회견에서 본상을 수상한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9.17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1951년 제 친척(아내의 삼촌)께서 콜롬비아 대대 병사로서 한국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가 콜롬비아 병사로서 어떤 경험을 가졌는지 이야기를 나눴고, 기억을 끄집어 내려 노력했습니다."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자인 콜롬비아 작가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53)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해 느끼는 긴밀한 유대감을 밝혔다.


바스케스는 콜롬비아 현대사의 정치적 폭력과 역사적 기억이 어떻게 얽혀 대물림되는지를 정교한 서사로 다뤄온 작가다.


정치적 암살, 내전, 독재 등 역사적 사건이 사람들의 삶과 관계에 남기는 흔적과 상처를 면밀히 탐구해왔다.


대표작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2011)으로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을 받았으며, '폐허의 형상'(2015)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또 콜롬비아는 중남미의 유일한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바스케스는 '개구리들'이라는 단편소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콜롬비아군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바스케스는 수상소감에서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에도 하나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거의 모든 인생을 소설가로 살았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평화를 이룰지 가능성을 생각하며 글을 써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콜롬비아의 정치적 현실과 관련해서는 "콜롬비아에서는 결코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기자회견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기자회견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서수진 작가(왼쪽 세번째)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9.17 scape@yna.co.kr


오랜 기간 굳어진 정치적 폭력과 마약 거래 등의 문제가 산재해 평화의 씨앗을 심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반복되는 문제들을 역사나 정치, 저널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이런 수단들로 답을 찾긴 어렵다며 "소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바스케스는 특히 역사에 대해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고, 과거에 대한 기억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며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들이 함께 공존하는 게 소설"이라고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설은 역사가 밝혀내지 못한 것들을 이해하기에 유용한 미적 방식이며, 한 가지의 명료한 사건이 아닌 다양하고 모호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상 소감 밝히는 서수진수상 소감 밝히는 서수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기자회견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서수진 작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9.17 scape@yna.co.kr


특별상을 받은 서수진(44) 작가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서수진은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로 제25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난해엔 대리모 문제를 다룬 소설 '엄마가 아니어도'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서수진은 "문학상 수상소식이 큰 힘이 됐다. 특히 이 문학상이 평화와 통일, 젠더, 인종 같은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작품들에 주어진다는 의미를 들었을 때 더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엄마가 아니어도'에 대해 "주제가 가진 무게가 크고 막막해서 몇번이고 소설을 그만두려 했다"면서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쓰여야 하고 읽혀야 한다는 '당위'로 이를 악물고 쓴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에서 5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던 고(故)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과 통일 염원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은평구가 제정했다.


시상식은 이달 18일 은평구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같은 날 수상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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