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차량 습격' 미제 종결 경찰…기자 가보니 곳곳에 CCTV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01 14:19

단서 없다더니 현장엔 주차 차량 다수…전문가 "수사 의지 부족" 질타


수사 범위도 안 넓히고 탐문도 소극적…비판 여론 확산에 결국 수사 재개


(이천=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심야 시간 경기 이천의 한 시골 마을 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습격 사건을 두고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당시 현장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 캡쳐사건 당시 현장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 캡쳐 [유튜브'한문철 TV'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사건은 한국인 2명이 탄 승용차를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차량으로 쫓아와 가로막고 발길질을 하는 등 위협을 가한 일이다.


국내 한적한 도로에서 자국민이 습격당하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치안 불안에 대한 우려와 함께 경찰의 안일한 초기 수사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경찰은 주변 CCTV와 피해 차량 블랙박스에서 용의 차량의 흔적을 명확히 확인하지 못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입장이지만, 연합뉴스가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건 초기 주변 주정차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하지 않은 데다 용의 차량의 일부 예상 이동 경로에선 CCTV 추적 범위를 넓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차량과 용의 차량이 처음 마주한 장소피해 차량과 용의 차량이 처음 마주한 장소 [네이버지도 거리뷰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제작한 그래픽]


◇ 현장 가보니 수사범위 밖 CCTV·주차차량 곳곳…경찰 추가 단서 놓쳤나


연합뉴스는 지난달 25일 직접 사건 현장을 찾아 주변 CCTV와 추가 단서 확보 가능성을 살펴봤다.


앞서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40분께 30대 남성과 동승자가 탄 승용차를 위협한 사건이 발생한 곳은 경기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 지산포레스트리조트 부근 해월로였다.


해당 도로는 야산 사이로 난 왕복 2차로로, 사건 지점에서 양쪽 어느 방향으로든 1.5㎞ 이상 이동해야 도로를 비추는 방범용 CCTV가 나타날 정도로 감시망이 드문 구간이었다.


용의 차량이 처음 나타난 지산리조트 방향으로 2∼3㎞가량 이동하니 보드복 렌털업체 등이 밀집한 구간과 방범용 CCTV가 나타났다. 비수기라 인적은 드물었지만 곳곳에 민가와 운영 중인 펜션이 있었고 주변에는 주차 차량도 눈에 띄었다.


반대 방향 역시 마을로 접어들면서 방범용 CCTV와 과속 단속 카메라 등이 잇따라 설치돼 있었다.


사건 초기 탐문에 나섰다면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할 여지가 있었지만, 경찰은 현장 주변 주정차 차량의 블랙박스 설치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용의 차량의 예상 이동 경로를 따라 이뤄진 CCTV 추적도 일정 구간에서 멈췄다.


이천경찰서는 사건 발생 시각 전후로 용의 차량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양방향 CCTV 13대(지산리조트 방향 5대, 반대 방향 8대)를 확인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용의 차량이 처음 나타난 지산리조트 방향 CCTV 5대 중 2대는 기기 결함으로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고, 나머지 CCTV에서도 용의 차량으로 추정할 만한 이동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지산리조트 방향의 첫 교차로(삼거리)까지 용의 차량이 포착되지 않자 이후 각 방면의 CCTV는 추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 삼거리에서 갈라지는 각 방면에는 200m 이내에 추가 CCTV가 설치돼 있었다. 특히 청강문화산업대학 방향에는 상점과 다세대주택 등이 이어져 있었고 주변에 주차된 차량도 다수 확인됐다.


이천 차량 습격 사건 당시 차량 이동 경로 및 인근 CCTV이천 차량 습격 사건 당시 차량 이동 경로 및 인근 CCTV [카카오맵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제작한 그래픽]


◇ 두 달 가까이 용의자 못 잡고 미제 분류…논란 확산 뒤 수사 재개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7월 31일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했지만 두 달 가까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지난달 중순 해당 사건을 관리 미제로 분류했다.


관리 미제란 범죄 혐의점이 있어 수사를 진행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통상적인 수사 단계를 멈추고 추가 단서가 확보될 때까지 별도로 등록해 관리하는 미해결 사건을 의미한다.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지난달 18일 도로교통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경찰의 수사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SNS에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치안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찰이 CCTV 확인과 탐문 수사를 소홀히 했다며 가용 수사력을 총동원해 엄벌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달 26일 해당 지역구 의원인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도 이천경찰서를 찾아 신속 수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이천경찰서장 지시로 수사가 재개됐다.


사건 현장 인근 지산리조트 방향 CCTV사건 현장 인근 지산리조트 방향 CCTV [촬영 김지원]


◇ 현직 경찰·전문가들 "단서 없으면 범위 넓혀 끝까지 추적했어야"


수사 실무자들은 공공 CCTV에 사각지대가 있더라도 수사 반경을 넓히면 충분히 용의 차량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범죄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한 경찰관은 "차량을 이용한 범죄는 동선 추적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차량 번호는 결국 특정되기 마련"이라며 "만약 뺑소니 사망 사고처럼 피해가 큰 중대 사건이었다면 CCTV 확인 반경을 계속 넓혀서라도 범인을 잡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 역시 "차가 땅으로 꺼지지 않는 한 해당 도로를 따라 계속 이동했을 텐데, 종착지가 어디인지를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인이나 강도 등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사건이 아니다 보니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려 미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 발생 후 시간이 지나면서 인근 지역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 기존 기록이 삭제됐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을 계속 들여다보며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한 탐문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육안으로 번호판 식별이 어려운 피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의 추가 단서 확보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도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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