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아이스큐브' 뉴트리노 관측소 책임자
벨기에 출신 미국인…34년만에 단독수상
1988년 비전 첫 제시…"신종 천문학 길 열었다"
우주현상 관측에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를 받는 벨기에 출신 미국인 물리학자 프란시스 할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용대 기자 = 2026년 노벨물리학상은 뉴트리노(중성미자) 관측 연구를 통해 우주현상 관찰을 위한 새 토대를 마련한 벨기에 태생 미국 물리학자 프란시스 할전(8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아이스큐브(IceCube) 뉴트리노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뉴트리노의 발견"의 공적을 인정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할전은 남극 아문센-스콧 남극점 기지에 있는 '아이스큐브 뉴트리노 관측소'의 연구 책임자다.
2010년부터 가동 중인 이 관측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뉴트리노 검출 장치다.
할전은 현재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의 석좌교수 겸 이 대학의 기본입자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마크 피어스 노벨 물리학 위원회 위원장은 "할전은 우리에게 환상적인 관측 장비를 선사한 국제 연구진과 엔지니어 팀을 이끌어 왔다. 그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은 새로운 종류의 천문학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초고에너지 뉴트리노의 관측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우주 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뉴트리노는 다른 입자들과 달리 일반적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으므로, 방향을 바꾸거나 에너지를 잃지 않고 매우 먼 우주에서 지구에 도달한다.
이 때문에 뉴트리노는 다른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만큼 관측이 극도로 어렵다.
뉴트리노가 일반 물질과 반응하는 경우가 워낙 드물고 거의 모두가 '그냥 통과'해버리기 때문에, 뉴트리노를 관측하려면 엄청난 양의 일반 물질을 정밀하게 관찰해 센서로 정밀 신호를 검출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할전은 1988년에 남극에서 뉴트리노 관측을 하자는 비전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위원회는 "뉴트리노가 원자핵과 충돌하면 섬광이 발생하는데, 투명한 빙하 얼음 속에 설치된 센서를 이용하면 이런 섬광을 추적할 수 있다"며 "남극의 얼음은 다양한 간섭 요인이 없고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지진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할전과 그의 구상은 곧 다른 연구자들의 지지를 얻었으며, 불과 몇 년 후 얼음 속 센서를 이용한 예비 실험이 이뤄졌다.
초고에너지를 지닌 우주 뉴트리노는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충분한 수의 충돌을 관측하려면 막대한 양의 얼음이 필요하다.
아이스큐브 관측소는 1㎦ 규모, 즉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와 맞먹는 규모의 얼음으로 이뤄져 있으며, 검출 센서들은 1천450∼2천450m 깊이의 얼음에 설치돼 있다.
할전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런 대규모 관측시설을 이용해 처음으로 고에너지 뉴트리노를 발견했고, 몇 년 뒤에는 태양계 저 멀리에서 기원한 것이 확실한 뉴트리노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우주 뉴트리노 발생원을 찾는 탐색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할전은 이례적으로 단독 수상자로 호명됐다.
노벨 물리학상 단독 수상 사례는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물리학자이며 다중선 비례 검출기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던 조르주 샤르파크(1992년) 이래 34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물리학상 총 상금은 1천200만 스웨덴 크로나(16억1천만 원)이며, 할전은 단독 수상자로서 상금 전액 지분을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이탈리아에 있는 할전과 연결된 전화 통화를 들려줬다.
할전은 "크게 놀랐고, 당연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노벨상을 받으리라는 예측이 전에 나오기는 했지만, 막상 발표를 듣고 나니 여전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지금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수상이 그 제안서가 승인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이를 들은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선정 발표는 5일 생리의학상, 6일 물리학상 결과가 각각 나왔으며, 앞으로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발표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