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 확정된 순간 '엄마' 외치며 눈물…"아빠가 서운하신 듯"
8일 곧바로 세계선수권대회 출국…"내 목표는 올림픽 2연패"
기자회견하는 강준이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한국 스케이트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강준이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로프라운지 스케이트파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0.7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한국 스케이트보드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18세 스케이트보더 강준이는 우승의 순간 '엄마'를 외쳤다.
극적인 역전으로 일궈낸 금메달이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엄마', '엄마'만 애타게 찾으며 목 놓아 울었다.
이처럼 생애 가장 짜릿했던 우승의 순간, 그에게는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남았다. 우승 직후 울부짖었던 이름 중 '아빠'가 빠졌다는 것이다.
대회를 마친 뒤 귀국해 7일 서울 영등포구 로프라운지 스케이트파크에서 만난 강준이는 "아빠가 오랜만에 서울로 와서 얘기해봤는데, 티는 안 내려고 하시는데 서운한 티가 나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현장에 아무래도 엄마밖에 안 와계셔서 엄마를 외쳤는데, 앞으로는 우승하면 '엄마아빠'라고 같이 외치겠다"고 꽤 진지한 말투로 덧붙였다.
강준이 '두근두근'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강준이가 런 세 번째 시도를 성공한 뒤 심장을 부여잡고 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강준이는 최근 막을 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스케이트보드 강국이자 개최국인 일본 선수들을 꺾고 한국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야말로 눈물을 쏟아낼 만큼 극적인 우승이었다.
야심 차게 준비한 고난도 기술 '널리 270 힐플립 립슬라이드'를 시도한 강준이는 1·2차 시기에서 연달아 넘어지며 0.00점에 그쳤다. 2차 시기 직후에는 코치에게 달려가 눈물을 흘리며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의 뼈아픈 실패에도 3차 시기에서 다시 한번 같은 기술로 승부수를 띄웠다.
보드 앞쪽을 차올려 도약한 뒤 공중에서 발뒤꿈치로 보드를 한 바퀴 회전시키고, 동시에 몸을 270도 틀어 보드 중앙을 난간에 걸친 채 미끄러지는 고난도 복합 기술을 기어코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착지와 동시에 우승을 직감한 그는 환호를 터뜨렸다.
강준이 '금메달이 보여!' (도코나메[일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전에 진출한 한국 강준이가 런 세 번째 시도를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강준이는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6.9.27 hwayoung7@yna.co.kr
강준이는 "마지막 시도에서 더 어려운 기술로 바꾸는 건 몰라도 더 쉬운 기술로 낮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그 기술을 대회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바쳤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몸이 안 따라줘서 멘탈이 조금 흔들렸을 뿐이었다"고 되짚었다.
그렇게 극적으로 일궈낸 화려한 금메달 이면에는 불모지에서 견뎌낸 눈물겨운 땀방울이 배어있다.
어린 시절 경남 양산에서 서울행 첫차와 막차를 오가며 2년 반 동안 훈련했던 그는, "보드 없이는 못 산다"며 떼를 쓴 끝에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양산에 둔 채 어머니와 단둘이 서울로 올라와 훈련에 매진했다.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국내에는 국제 규격을 갖춘 훈련장이 마땅치 않아 야외인 보라매공원 등지에서 훈련해야 했다.
날씨 제약이 큰 여름과 겨울에는 자비로 일본과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고, 2023년에서야 후원사가 생기며 비로소 짐을 덜 수 있었다.
기술시연하는 강준이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한국 스케이트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강준이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로프라운지 스케이트파크에서 기술시연을 하고 있다. 2026.10.7 pdj6635@yna.co.kr
강준이는 이번 우승을 계기로 훈련 인프라가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 독창적인 기술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는 다른 선수들 거 보고 따라 했는데, 이제는 직접 개척해야 하니까 자세를 스스로 연구해야 해서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요"라며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개인 훈련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 숨겨놨다가 (대회에서) 공개하는 게 멋있잖아요. 숨어서 혼자 좀 더 연습하고 집중할 공간을 만들어서 '빡!' 터트리는 그런 거 해보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아시안게임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강준이는 당장 8일 스케이트보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파라과이로 출국길에 오른다.
질의에 답변하는 강준이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한국 스케이트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강준이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로프라운지 스케이트파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0.7 pdj6635@yna.co.kr
열여덟 살 강준이 앞에는 아직 이뤄야 할 꿈도, 달려갈 시간도 무궁무진하다.
그는 "가장 가까운 목표는 내일 출국하는 세계선수권대회고요, 그다음은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저만의 난해한 기술을 선보이는 것"이라며 "그다음에는 올림픽 2연패까지 하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메달에 상관없이 계속 타다 보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해서, 저만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곧 성인이 되는 고등학생의 소소한 바람도 내비쳤다.
연령 제한이 풀리면 경기 중 의무적으로 써야 했던 헬멧 대신 멋진 '볼캡'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강준이는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장발을 해보고 싶었는데, 사춘기라 피부도 안 좋고 그래서 시도를 못 했다. 이제 성인이 되고 피부도 좀 괜찮아지고 하면 파마랑 장발도 꼭 해보고 싶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강준이, 날아올라!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한국 스케이트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강준이가 7일 서울 영등포구 로프라운지 스케이트파크에서 기술시연을 하고 있다. 2026.10.7 pdj6635@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