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시대따라 달라지는 판단…도덕은 왜 바뀌는가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07 14:34

오둔 달 코넬대 교수 신간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


최용대 기자 = 폭력, 거짓말, 노예제가 잘못이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처럼 명백한 도덕적 판단은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로 여겨진다.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고의 진리 같은 도덕이 때로는 변하기도 한다. 폭력은 잘못이라면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폭력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이들이 있다. 거짓말이 나쁘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한다. 지금은 모두 노예제가 잘못된 제도라고 말하지만, 과거에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삼은 역사가 있다.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 오둔 달은 신간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에서 너무도 자명해 보이는 도덕적 판단이 왜 달라지는가를 파헤친다. 그는 도덕심리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도덕이 완전히 고정된 것도, 제멋대로 변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상황과 시대 등에 따라 도덕적 진실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누구를 고려하며, 서로 충돌하는 가치 가운데 무엇을 우선하는지에 따라 도덕적 판단은 달라진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기존 가치와 새로운 가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바꿀 이유를 발견하고 도덕적 우선순위를 끊임없이 조정한다.


노예제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노예주들은 노예제가 옳거나 최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여겼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 미국 독립선언문 초안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도 한때 수백 명의 노예를 거느리고 농장을 경영했다. 미국의 노예제는 남북전쟁을 치르고 난 뒤인 1865년에야 폐지됐다. 노예제도를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오랜 세월 노예제가 이어졌는가.


책은 도덕적 판단 변화를 개인, 상황, 역사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따라간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까지 성장하면서 인간의 도덕적 관심도 발달한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도 도덕적 판단이 변할 수 있다.


무엇을 옳다고 생각하게 되는지는 사회와 역사의 변화에 따라서도 크게 바뀐다. 노예제, 고문, 성차별 등 지금 시대에 혐오스럽게 여겨지는 것들을 과거 사회는 받아들였다.


저자는 나와 다른 도덕적 믿음을 가진 타인, 지금과 다른 도덕적 기준을 가진 과거 사람들이 모두 비도덕적이거나 편견, 이기심에 사로잡혀 진실을 외면했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판단에는 나름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다만, 그럴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그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 시작 무렵 나치당에 가입한 전력이 있음을 밝히며, 판단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명백한 잘못을 눈감아 줄 필요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책은 트롤리 딜레마, 부정행위, 정치적 좌우 대립, 체벌, 노예제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타인의 도덕을 쉽게 심판하기보다 그 판단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했는지 들여다보도록 이끈다.


또한 "낙태, 동물, 기후변화, 국가 폭력, 전쟁,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지금 우리의 입장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혹독하게 후손들의 비판을 받을지 짐작할 수 없다"며 노예제도가 과거에는 정상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끔찍해하는 우리도 훗날 비슷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북트리거. 배동근 옮김. 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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