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
― 국중박 ‘분장놀이’, 과거와 현재를 잇다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이 박물관에 들어가는 순간, 자칫 유리 진열장 속에 갇힌 채 먼지를 뒤집어쓰는 ‘박제된 유물’이 되기 쉽다.
아무리 귀한 문화재라 하더라도 바라보기만 하는 유물이 된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한 국중박‘분장놀이’는 눈여겨볼 만한 시도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유물과 예술작품을 후손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고, 우리의 품안으로 끌어들여 오늘의 놀이와 문화로 재현하려는 발상은 문화유산의 새로운 활용법이라 할 수 있다.
김홍도의 <씨름>을 비롯해 잉어 연적, 청동 종, 청동방울 등 박물관에서 만나는 유물들이 단순한 관람의 대상을 넘어 와 놀이 ,체험의 소재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옛날에 이런 것이 있었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살았구나’ 하고 느끼고, 더 나아가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은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현재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날 때 더욱 빛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체험은 책이나 설명문으로 배우는 역사보다 훨씬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유물의 모양과 쓰임을 직접 보고, 만지고, 놀이로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과거를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문화의 공간이다.
이번 ‘분장놀이’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우리 문화유산을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나아가 박물관에서 시작된 작은 놀이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로 이어져 자자손손 즐기는 우리만의 문화 콘텐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문화재가 유리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생활 속으로 걸어 나올 때, 비로소 문화유산은 다시 생명을 얻는다.
과거의 유물을 오늘의 놀이로,
오늘의 놀이를 내일의 문화로.
이것이 박물관이 우리에게 건네는 또 하나의 문화유산 계승법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