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품 번역 데보라 스미스 "모든 주체적 번역은 창의적"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08 19:29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콜로키움…"한국문학, 다양한 언어로 번역될 것"


안톤 허 "블랙핑크 음악듣다 韓소설 읽고싶다 생각?…번역산업 지원해야"


대담하는 데보라 스미스(왼쪽 3번째)·안톤 허(왼쪽) 번역가대담하는 데보라 스미스(왼쪽 3번째)·안톤 허(왼쪽) 번역가 [촬영 최은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한강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영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8일 "모든 주체적인 번역은 필연적으로 창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린 국제콜로키움에서 "창의적 작품과 창의적이지 않은 작품을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 최미경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와 대담에 나선 스미스는 원작 언어를 옮기는 과정에서 번역가의 창조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 텍스트를 번역하다 보면 문법적·구조적으로 원문에서 멀어지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좀 더 감정적 효과를 구현하거나 역사적 맥락, 심상 등을 표현하기 위해 필연적인 절차"라고 역설했다.


스미스는 한강 작가의 작품에 매료된 계기에 대해 "영미권에 흔치 않은 연작 소설 형식과 구조적 특징이 흥미로웠다"며 "세 가지 다른 관점에서 한 인물에게 시선을 투사하는 방식 등에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체적인 번역의 대표적 사례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 영문 제목인 'Human Acts'를 꼽았다.


그는 "제목을 그대로 직역했을 때 영미권 독자들이 그 의미를 좀 평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봤다"며 "원제를 직역하는 대신 단어가 가진 중의적 의미를 살려 번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톤 허 번역가 역시 '저주 토끼'의 영문 제목(Cursed Bunny)을 정할 때 귀여운 느낌의 토끼와 저주라는 단어의 대조를 극대화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한국 문학이 세계문학으로 자리 잡기 위한 조언도 이어졌다.


안톤 허 번역가는 K-콘텐츠의 인기가 문학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경계했다.


그는 "(외국 독자들이) 블랙핑크 음악을 듣고 갑자기 황석영 소설을 읽고 싶다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가장 중요한 건 번역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스미스도 "한국 문학이 앞으로도 세계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지난 10년간 번역된 작품들을 보면 주로 현대 문학에 다소 국한된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는 비문학 분야에서도 한국 문학이 번역될 가능성이 높다"며 "번역가들이 의무감이 아니라 기꺼운 마음으로 번역할 수 있도록 번역 업계의 구조적 변화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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