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FBI'라는 허울 좋은 구호, 졸속 출범한 중수청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8년 동안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를 지탱해 온 검찰청이 지난 2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대신하며 형사사법 체계의 거대한 전환이 시작되었으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훨씬 크다. 사법 역사상 가장 큰 대격변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사 체계를 이끌 수장도 없이 인적·물적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 수사 기능의 공백을 메워야 할 지휘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공소청장이 되는 검찰총장 자리는 1년 3개월 넘게 비어 있으며, 이를 지휘·감독해야 할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다. 국가의 중대범죄 수사를 책임질 중수청장 자리 역시 진통 끝에 겨우 후보자가 지명되었을 뿐이다. 인사청문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의 극한 대립과 정쟁 속에서 향후 청문회 과정과 정상적인 출범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도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조직이 어떻게 국가의 핵심 수사 기능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겠는가.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장의 인프라와 인력 공백이다. 중수청은 출범 당장 수사를 수행해야 함에도 정원의 34%조차 채우지 못한 인력 난에 허덕이고 있다. 현장 수사관들이 근무할 사무실 준비조차 끝내지 못했고, 사건 접수부터 처리까지 수사의 모체(母體)가 되어야 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마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타 수사기관과의 정보 공유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건 종류별 담당 기관을 나누고 정교하게 수사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밀려드는 사건을 제대로 접수하고 처리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정부는 중수청을 '한국형 FBI'라 치켜세우며 거창한 비전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제도적 안착 없이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세계적인 수사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 역량의 공백은 결국 민생 치안의 공백이자 국가 범죄 대응력의 약화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는 정쟁을 멈추고, 중수청의 인력 충원과 시스템 보완 등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외형만 바꾼 졸속 개혁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