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소기각' 법치주의 흔들어선 안 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21 22:30

 '공소기각'  법치주의 흔들어선 안 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법률 용어는 단연 ‘공소기각’이다. 주요 정치적 사건의 피고인들이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재판부까지 기각 사유가 될 수 있는 ‘공소장 흠결’을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 2일, 12·3 비상계엄 가담 혐의로 기소된 조성현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주위적으로 공소기각, 예비적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같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역시 지난 8일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유·무죄를 가려야 할 형사재판에서, 증거를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공소기각이라는 절차적 정당성 시비가 주된 쟁점이 된 것이다.

법정이 이처럼 겉도는 배경에는 정치권의 초법적 발상이 자리 잡고 있다. 발단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측이 보여온 행태다. 지난해 6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법원은 대통령 관련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3건의 1심 재판을 중지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재판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려는 ‘공소취소’ 카드를 들고나왔다. 대통령 퇴임 후 재판이 재개되어 판결이 나오기 전에, 검찰이 공소를 철회하도록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의 논리는 검찰 수사가 처음부터 ‘조작기소’였다는 일방적 프레임에 기반한다.

권력층이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 법치의 근간을 흔들자, 다른 피고인들까지 이를 학습해 무기로 삼고 있다. 계엄 가담 혐의자들 역시 권력층의 논리를 빌려 자신들을 정치적 피해자로 포장하는 모양새다. 1차 특검에서 불입건됐다가 종합특검에서 기소된 경위를 두고 “공소권 남용이자 흠결”이라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절차적 결함을 핑계 삼아 사법 심판대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진영 논리에 따라 공소취소와 공소기각이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현실은 사법 정의의 위기다. 법치 국가에서 죄의 유무는 명백한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정에서 엄정하게 가려져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 절차를 흔들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정권의 이해타산과 피고인들의 법리적 꼼수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사법부의 엄정한 중심 잡기가 시급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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