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한 편 산문 한 편 ❽

박상봉 기자

등록 2025-08-29 08:22


| 시 | 사랑은 바람 같은 것


박상봉


지나가는 바람 같은 당신

나뭇잎 흔들며 다가오기도 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당신


늘 곁에 있는 줄 알았는데

손 잡으려 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마는 


사랑은 바람 같은 것


애끓는 그리움으로 바라보는

저녁 하늘에 노을이 타네요


| 산문 | 사랑은 바람 같은 것


바람은 당신의 그림자를 데리고 와서 내 뺨에 스친다. 잠깐의 서늘함 속에 오래 묵은 그리움이 깃든다. 붙잡으려는 순간 흩어지는 먼지처럼, 당신은 나의 손가락 사이로 사라진다. 남는 건 공기의 울음뿐이다.


나뭇잎 흔들림 속에서 당신의 이름이 들린다. 바람은 언제나 익숙한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금세 멎는다. 당신이 지나간 길에는 작은 잎새들이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곧 당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아무도 없는 길목에도 바람이 스며 있다면, 나는 그것을 당신의 손길이라 믿는다.


저녁 하늘의 노을은 바람을 닮았다. 금세 번져오르다가도 이내 사라지는 빛. 붙잡지 못하는 빛의 무게가 나의 가슴을 저미고, 그 빛 속에서 나는 당신의 얼굴을 떠올린다.


붙잡을 수 없기에 더 간절히 바라보고, 머물 수 없기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사랑은 불어오는 순간만 존재한다. 멈추면 침묵이 되고, 지나면 그리움이 된다. 바람의 궤적에 남은 향기가 오래 내 방 안을 떠돈다. 당신은 사라졌으나 향기만은 내 안에서 계속 산다.


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 끝에서 나는 당신의 발자국을 본다. 보이지 않는 걸음이 하늘 위를 건너간다. 바람이 멎은 들판은 쓸쓸하다. 그러나 흔들리고 난 뒤의 풀잎은 여전히 당신을 기억한다. 내 심장은 깃발처럼 펄럭인다. 바람이 있어야만 나를 드러내고, 당신이 불어와야만 색이 살아난다.


사랑을 바람에 비유한다면, 나의 마음은 늘 깃발이다. 바람이 불어야만 나의 빛깔을 드러내고, 바람이 멎으면 다시 축 늘어져 어둠 속에 감춰진다. 당신이 불어올 때만 나는 나다워진다.


언젠가 바람이 멈출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나는 텅 빈 공기 속에서 홀로 서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때도 바람이 불었던 흔적은 남아 나의 피부와 심장을 계속 흔들 것이다.


오늘 저녁에도 노을을 바라본다. 바람이 나의 눈물을 스쳐 가고, 저 하늘에 불타는 색이 잠시 머문다. 


바람 같은 사랑은 늘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안을 견디는 것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부재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당신을 만난다. 바람결에 섞인 향기, 나무 사이를 스치는 소리, 창틈으로 스며드는 한 줄기 기척. 그것이 전부 당신의 다른 얼굴이다.

|박상봉 시인 약력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에서 성장. 1981년 박기영·안도현·장정일과 함께 동인지 『국시』 동인으로 문단활동 시작. 주요 시집 『카페 물땡땡』(2007), 『불탄 나무의 속삭임』(2021), 『물속에 두고 온 귀』(2023) 출간,  근현대 문학·예술 연구서 『백기만과 씨뿌린 사람들』 공저(2021). 고교시절부터 백일장·현상공모 다수 당선. 1990년 현암사 『오늘의 시』 선정, 제34회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북카페·문화공간 ‘시인다방’ 운영, 시·IT융합 문화기획, 중소기업 성장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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