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관지(一以貫之)

바둑은 흔히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삶의 철학과 지혜, 전략이 19줄의 반상에 고스란히 담긴다. 한 수가 판세를 바꾸기도 하고, 초반의 포석이 끝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형국을 읽지 못하면 유리한 국면도 금세 흔들리고, 무리수는 전체 흐름을 그르친다. 때로는 승부수로 판을 뒤집는 뒷심이 필요하고, 대마불사(大馬不死)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도 중요하다. 바둑에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녹아 있다.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에서 '삶은 소풍'이라 한다. 이처럼 시인은 시 한 수에 인생을 담는다. 음악가는 오선지에, 미술가는 화폭에 세상사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골퍼의 스윙 하나만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읽는다.
이처럼 우리는 하나의 영역을 통해 삶을 이해하곤 한다. 공자는 이를 하나의 원리로 전체를 꿰어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의 '일이관지(一以貫之)'라고 했다.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원리로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지식재산 역시 인생을 관통하는 일이관지의 원리를 담고 있다. 특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곧 개인의 창의성과 전문성의 산물이다. 상표는 이름과 신뢰를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평판을 쌓아왔는지를 보여주는 표식이다. 디자인은 겉모습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각과 태도를 드러낸다. 저작권은 인생 이야기이자 삶의 표현이다. 때로는 빛의 예술인 영상이 되고, 때로는 감동이 담긴 소설이 된다. 영업비밀은 말 그대로 비밀이다. 누구에게나 혼자 지키고 싶은 삶의 일부가 있고 이를 존중하는 것이 예의이자 미덕이다.
이렇게 보면 인생은 하나의 지식재산 포트폴리오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지식재산은 개인의 삶을 넘어 국가의 혁신·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지식재산이 되고 그것이 창업과 일자리로 이어져 경제 성장의 결실을 맺는 선순환 생태계. 이것이야말로 지식재산의 핵심을 관통하는 일이관지라 할 수 있다. 특히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큰 힘을 가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관지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권리, 창업과 시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양질의 지식재산권으로 만들어내는 신속하고 정확한 심사 서비스, 지식재산권이 실제 가치로 이어지도록 돕는 거래와 사업화 시스템이 바로 그 연결 고리다. 초대 지식재산처장으로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단계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정책 하나하나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상상력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마르지 않는 자원'이다. 국민주권정부가 지식재산처를 출범시킨 배경은 분명하다. '오늘의 아이디어가 내일의 든든한 자산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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