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어린이날,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5-04 23:40


어린이날,





봄바람과 꼬마 세 자매가 떠들며 노는 소리를 방으로 들이기 위해  주로 창문을 열어둔다. 이 작은 존재들을 길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 대부분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과 잠시 정담을 나눈다. 이 꼬마들 역시 어른들을 순순히 보내지 않는다. 멀리서라도 내가 눈에 띌 때면 “오빠 할아버지 어디 갔다 와요?” 한다. 순간, 지쳤던 나의 퇴근길은 경쾌해진다. 그래서 이들이 마냥 고맙다. 우면산 텃밭에 방울토마토를 심은 이웃은 그 토마토는 세 자매 것이니, 다른 이들은 얼씬도 말라며 너스레 떤다.


이렇듯 이웃 어른들은 이들에게 마을이 행복한 곳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나름의 공을 들인다. 멀리 아프리카 속담을 빌려올 것도 없이, 아이를 키우는 데는 이처럼 온 마을이 필요한 법이니까.



지루함을 달래려 트로트 경연대회의 본방, 재방, n방을 시청하는 건 참 어렵다. 트로트는 남녀 사랑, 이별, 그리움과 후회 등을 애달피 전달하며 슬픔과 한(恨)을 공유하는 장르로 알고 있다. 회를 거듭하며 리그로 치러지는 경연에는 10세 전후의 ‘트롯 신동’도 출전하는데, 이들이 성인남녀의 찐하고도 슬픈 사랑, 그리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며 절절한 표정과 몸짓으로 열창할 때면, 그들을 보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다. ‘마스터’라 불리는 판정단은 성인을 능가하는 이들의 노래 솜씨에 ‘합격’을 선사하고, 이에 꼬마 가수들은 깊이 고개 숙여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시청자인 나는 이들에게 미안해져 또 고개 돌린다.


종편 TV 주도의 트로트 경연에서는 ‘예상대로’ 여성 출연자 대부분이 매회 노출 많은 무대복으로 ‘섹시 댄스’를 추고, 장시간 녹화 내내 이 모습을 보며 대기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여아들 무릎에는 담요가 있다. 아동에게 무릎담요가 필요할 만큼 대기실 온도가 낮아도 문제고, 그렇다면 천편일률적 ‘치마 연출’은 더 문제다. 거기다 여아의 무릎담요가 성인의 그것처럼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날 몸에 머물, 원치 않는 시선을 막기 위한 ‘장치’라면 더 큰 문제 아닌가. 이 작은 존재들을 이렇듯 ‘비정상의’ 시선으로 ‘구경’하려는 마을이란 도대체 어떤 곳인가.


폭력으로 짧디짧은 생을 마감한 어린이, ‘학대적’ 사교육으로 생기 잃은 어린이, ‘신동’이라서 성인의 표정과 몸짓으로 성인 가요를 부르고, 객석, 심판석, TV 앞 어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어린이, 삼촌뻘 남자 가수를 만날 때 ‘화장을 고친다’며, 그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아버지뻘 진행자와 이모뻘 가수에게 놀림당하는 어린이, 그것도 모자랐는지 마을은 ‘작은 몸’에 드리워질 그 비정상의 시선을 알고 있다는 듯 ‘여아용’ 무릎담요를 준비한다.


아동교육과 발달심리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아동 전문가에게 묻고 싶습니다. 온 마을 덕분에 행복에 겨워도 모자랄 이 존엄한 존재들에게, 어른 관객을 위해 어른처럼 표정 짓고, 어른처럼 구슬피 노래하고, 그리고 여아라면 ‘어떤’ 눈을 피해 때론 몸을 가리라 하는 것이 맞습니까. 어른이 어린이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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