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꽃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5-12-25 00:23





서정주 시인은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 봄부터 소쩍새는 / 그렇게 울었나보다 /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라고 노래했다. 시인은 ‘내 누님같이 생긴 꽃’에서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을 보았나보다. 한송이 국화가 피기 위해서는 태양과 달, 대지와 바람과 물 등 자연과 태양계가 함께 해야 가능하니 말이다.


시인이 아닌 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김희준 교수(서울대·화학)는 봄에 피는 한송이 진달래에는 수십억년에 걸친 지구 생명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1백50억년 전 우주가 시작됐고, 지구는 46억년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것은 40억년 전쯤이라고 한다. 인간과 진달래 등 모든 생물은 이 ‘첫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김교수는 “40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모든 생명체가 DNA를 통해 한 민족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당연한 것으로 무심히 넘겨 버리기 쉬운 꽃 한송이에도 우주의 오랜 생명의 숨결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한국 시단의 원로 김춘수 시인이 82세를 일기로 별세 한지도 수년이 흘렀다. 그의 작품 ‘꽃’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꽃’은 연시(戀詩)와 같은 서정성을 지녔지만 언어와 인식, 그리고 존재의 문제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던가. 사람이건 사물이건 이름이 있어야 우리의 사유체계로 들어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앎과 이해, 그리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무관심과 무지 속에서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흔히 세상이 각박하고 팍팍하여 살기에 힘들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서로 이름을 불러주어 꽃이 되게 하는 곳인가, 아니면 ‘몸짓’들만 가득한 사회인가. 시인은 시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몸짓이 아닌 꽃이 되자고 나직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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