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세계, 그러나 선택하는 존재 - 무불 스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02 15:19

— 우리는 매 순간 생성된다.



우리는 흔히 세계가 단단한 실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사물은 크고 작으며, 삶은 성공하거나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러한 판단은 세계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이 부여한 해석임을 알 수 있다.


컵은 그 자체로 크지도 작지도 않다. 비교가 있을 때만 크거나 작아진다. 하루 역시 본래 성공도 실패도 아니다. 다만 지나간 시간일 뿐인데, 우리는 그것에 의미를 붙인다. 결국 세계는 의미를 갖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속에서 의미화된다.


자연은 스스로 무겁다거나 가볍다 말하지 않는다. 시간은 낡았다고 주장하지 않으며, 계절은 길거나 짧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판단은 인간의 언어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언어는 세계를 설명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을 규정한다. 우리는 사물을 이해하기 전에 이미 해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는 사실보다 의미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현대 실존철학은 인간을 본질 없이 태어난 존재로 본다.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설계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은 선택을 통해 자신을 형성해 나간다. 말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사랑할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머물 것인가 떠날 것인가. 이러한 선택의 축적이 곧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낸다. 인간은 주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형성되는 존재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자유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비교를 만든다. 타인보다 낫거나 부족하다는 기준을 통해 자신을 고정하려 한다. 비교는 일시적으로 불안을 완화하지만 동시에 존재를 묶어 버린다. 그 결과 인간은 자신의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기보다 타인의 기준 속에서 평가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때 삶은 생성의 과정이 아니라 점수화된 결과가 된다.


신도들과 기도후 기념촬영


자유는 언제나 책임을 동반한다. 기준이 없다는 것은 선택의 책임이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유는 환희이기보다 종종 고독이다. 그러나 바로 그 고독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선택 위에 서 있으며, 내일의 나는 오늘의 선택을 기다린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과거의 자신을 넘어서고 새로운 자신을 형성한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같은 존재가 아니며, 같은 말을 해도 같은 의미가 아니다. 삶은 반복처럼 보이지만 실은 끊임없는 변화와 생성의 과정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윤회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존재의 갱신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은 동일하게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을 넘어선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밀려가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세계에는 고정된 본질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이 공허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질이 없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의미를 만들 수 있다. 비교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무책임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기 선택에 따라 살아간다는 뜻이다. 세계는 열려 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열림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구성해 나간다. 우리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항상 되어가는 존재다. 실체 없는 세계 속에서 인간은 매 순간 선택을 통해 자신을 생성한다. 이것이 인간 존재의 숙명이자 가능성이다.


사단법인 국제NGO자비등불 회장 무불 박석구(함안 용화사)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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