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시샘 달, 정월대보름-청계 이상석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02 15:23

—사라지지 않는 공동체의 기억


2025년 달집태우기 사진 @사진제공=이상석



2026년 병오년 3월 3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시절이 아무리 어려워도 멈추지 않았던 것이 있다. 어머니의 정월대보름 준비였다. 이른 새벽, 육남매를 하나하나 깨우던 손길은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대를 잇는 삶의 의례였다. 부럼을 깨고, 태어난 순서대로 귀밝이술을 마시던 순간은 어린아이에게는 놀이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것이 삶의 지혜를 전하는 상징적 행위였음을 깨닫게 된다.


정월대보름의 음식 또한 단순한 끼니가 아니었다. 오곡밥은 풍요를 기원하는 공동체의 염원이었고, 생선국과 해물찜, 그리고 귀한 나물들은 평소 식단을 넘어선 ‘희망의 식탁’이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새벽녘 보름 밥을 나누던 장면은 개인의 식사가 아니라 함께 살아내려는 공동체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날이 밝아오면 사람들은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바닷가와 언덕, 산 중턱에 올라 가장 먼저 둥근 달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는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자연과 삶의 질서를 확인하려는 인간의 오래된 본능이었다. 이지러짐 없는 보름달은 결핍 없는 삶에 대한 소망의 형상이었다.


이어지는 쥐불놀이는 아이들의 놀이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정화 의식이었다. 들판에 세운 달집을 태우는 일은 묵은 액운을 불태우고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집단적 염원의 표현이었다. 농악대의 꽹과리와 징, 장구와 북소리는 단순한 흥겨움을 넘어 마을을 하나로 묶는 리듬이 되었고, 지신을 밟는 행위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인간의 상징적 약속과도 같았다.


달 속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전설로 남아 있지만, 그 전설이 품은 의미는 분명하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상상력이다. 정월대보름은 단지 명절이 아니라 현실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정신적 장치였다.


병오년의 달집태우기 또한 그러하다. 불길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볏짚이 아니라 지난 시간의 고단함이며, 타오르는 불빛은 다가올 날들에 대한 소망이다. 정월대보름은 풍속이 아니라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공동체는 스스로 이어왔다.


국태민안과 풍요로운 삶을 바라는 마음은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둥근 달처럼, 삶 또한 다시 차오르기를 바라는 염원은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청계 이상석 시인 수필가(창원, 마산)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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