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독서의 즐거움

책을 읽을 때 다소 산만한 편이다. 보통 한 번에 7권 정도의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습관이 있다. 대단한 주제를 연구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 책 저 책 넘나든다.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면 책읽기는 급물살을 탄다. 책 사냥을 나선다. 책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다른 책을 불러들인다. 책의 숲에 들어가 이 나무 저 나무로 마음껏 줄타기를 즐긴다.
이 산만한 책읽기에 '병렬독서'라는 우아한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병렬독서란 한 권의 책을 완독하고 나서 다른 책을 잡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책을 동시에 나눠 읽는 것이다. 서로 다른 내용의 책을 번갈아 읽게 되니 지루하지 않고 주제를 연결시키면 생각의 지평이 확장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병렬독서가 늘 선한 결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이는 즐거움은 있지만 책 한 권만 집중해서 읽어냈을 때 느껴지는 충만감과는 결이 다르다. 게다가 넘치는 호기심에 이 책 저 책 들추다 보면 쌓인 책 더미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결국 쌓아올린 책 탑을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책읽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꼭 맞는 책을 벼락처럼 만나기도 한다(그동안 산만했던 독서는 내 인생 최고의 책을 찾기 위한 탐닉이고 지치지 않는 모험의 여정이었다는 게 드디어 밝혀진다!).
책읽기의 산만함을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비법은 표지나 목차, 책 뒷면에 수록된 전문가의 추천이나 인용문을 보며 책과 미리 친해두는 것이다. 프랑스의 비평가 제라르 주네트는 책을 이루는 구성 요소로 '파라텍스트(paratext)'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파라(para)는 '곁', 텍스트(text)는 본문을 이르는 말이니 파라텍스트란 책표지와 서문, 작가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 책 뒷면의 발췌문·인용문, 마케팅을 위해 책에 두르는 띠지에 이르기까지 책 본문에 붙어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책은 알맹이인 본문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본문에 딸려 오는 파라텍스트는 독자가 책 내용을 좀 더 빨리, 한눈에 이해하도록 돕는 조력자이다.
산만한 책읽기 습관을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다. 한 작가의 책을 여러 달 동안 읽기도 했고 소설 한 편을 여러번 읽기도 했다. 문학작품이 원작인 영화를 책과 함께 감상하며 영상 언어와 문자 언어의 차이에 빠져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작가가 쓴 책의 뒷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상상해서 다시 써보기도 했다. 결말을 비틀어 새로운 결론을 짓고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는 활동을 통해 책에 담아내고자 했던 작가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부단한 독서 활동을 통해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결국 '사람'이다. 한 권의 책을 깊고 다양하게 이해하는 기쁨도 크지만 좋은 책을 읽어나가는 충만함은 더 크다. 사람들은 저마다 빛나는 우주이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은 책과도 같다. 사람이라는 존재, 절대 지루해질 수 없는 새로움과 끝없이 연결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병렬독서의 즐거움 아닐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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