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당신 이름을 부르기가 두려워,
내 영혼이 당신의 이름과 함께 빠져 나갈 것아
영화《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
《닥터 지바고》는 최근《사이펀》창간 10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시인들이 좋아하는 영화로 손꼽혔다.
3월
유리 지바고
태양은 땀투성이로 무덥고
골짜기 마을은 광기어리게 들떴다.
건강한 소몰이 아가씨처럼
봄일은 손아귀에서 바빠진다.
눈이 녹아 빈혈을 앓고
앙상한 가지가 힘없이 푸르렀다.
그러나 외양간에는 생명이 솟아나고
갈퀴의 이빨이 건강하게 빛났다.
이러한 밤, 이러한 낮과 밤!
한낮의 처마 밑에 비가 뿌리고
가느다란 고드름이 처마에 매달리고
밤새도록 시냇물은 재잘거린다.
모든 것이 열렸다, 마구간도 외양간도.
비둘기는 눈 속에서 귀리를 쪼는다.
이 모든 것의 원천이며 생명을 주는 자
그것은 신성한 공기를 풍기는 거름더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소설 Doctor Zhivago의 영어판 표지
봄의 힘과 생명의 리듬을 풍부한 자연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 이 시는 소설 《닥터 지바고》안에 나오는 작품이다.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번역가였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가 1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이 소설에는 시(poems)들이 포함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시집처럼 읽히는 부분이 있다.
이 시들은 주인공 유리 지바고가 쓴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전체 25편의 시가 작품의 마지막 챕터(17장)로 실려 있다. 이 시들은 러시아 혁명기와 개인의 내면, 자연과 사랑, 신앙 등을 테마로 한다. 여러 시가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계절적 순환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삶의 변화와 감각적 이미지, 철학적 사유를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번역가였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가 1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이 소설은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인들을 모델로 하여 썼다고 한다. 지바고는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고, 지바고의 아내 토냐는 그의 두번째 부인을, 지바고의 애인 라라는 올가 이빈스카야라는 그의 내연녀를 모델로 하였다.
영화《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
내가 태어난 해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며 베스트 셀러였던 닥터 지바고라는 러시아 소설을 영화로 만든 대작 《닥터 지바고》 를 여러번 봤다.
십대 때 나는 러시아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 매우 인상 깊었던 끝없이 설원이 펼쳐진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기차 장면과 눈 덮인 별장 장면을 보면서 러시아 평원의 광활한 설경에 매료된 나머지 닥터 지바고처럼 시인 되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게 됐다.
그때 《닥터 지바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창문 밖으로 엄청나게 눈이 내리는 설경을 배경으로 미친듯이 시를 쓰고 싶었다.
프랑스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기타리스트,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모리스 자르(Mourice Jarre/Morris Jarr)라는 거장 음악감독이 작곡하였다는 라라의 테마(Lara’s Theme)라는 영화 주제곡을 틀어놓고 창문 밖으로 쏟아져내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탁터 지바고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길에 등불이 켜져 있었다. 창가에 촛불 하나가 타고 있었다. 그 촛불은 마치 누군가의 영혼이
밖을 내다보는 것 같았다.”
영화《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
꿈을 꿨다. 낯선 아파트에 낯선 여자랑 살고 있었다. 자기가 내 아내라는 그 여자를 곰곰 살펴보니 전혀 낯선 얼굴은 아니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연인 라라(줄리 크리스티)를 쏙 빼닮았다. 라라는 “먼 옛날 내 유년 시절의 평화로운 하늘 아래서” 내 청춘이 막 시작됐을 때 만난 여인이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 밤이면 밤마다 만나서 사랑을 나누던 나의 첫사랑이다.
작은 입술이 너덜너덜 해지도록 연일 키스도 하고 그녀를 끌어안고 꿀잠을 잤다. 그토록 사랑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반세기 가까이 세월이 지나서 라라가 내 아내가 되었다니.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반갑기는커녕 서먹하기만 했다. 진짜 아내는 어떻게 되었을까? 의문이 드는 순간 잠에서 깨버려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다.
“라라, 당신 이름을 부르기가 두려워, 내 영혼이 당신의 이름과 함께 빠져 나갈 것아”
닥티 지바고처럼 나도 라라를 찾아 헤매다가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던 한때가 있었다.
그때 닥터 지바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창문 밖으로 엄청나게 눈이 내리는 설경을 배경으로 미친듯이 시를 쓰고 싶었는데 마치 어릴적에 내 소원을 풀어주겠다는 듯이...연희창작촌에 갔을 때 유난히 눈이 자주 왔다. 뜻밖에도 연희에 와서 소시적의 꿈을 이루게 된 셈인데 라라는 아직 찾지 못했다.
영화《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 문학》 다 좋은 세상
다 좋은 세상 현대 철학자들은 철학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서양철학자 전헌 교수는 그의 저서 '다 좋은 세상'에서 바로 이러한 것이 서양철학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동서양철학을 모두 통섭한 전 교수는 철학이란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묻고 그 답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
《인문사회》 신뢰를 유지하는 법
신뢰를 유지하는 법 요즘 세대가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꼰대'다. 젊은이도 피해갈 수 없다.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꼰대다. 여러 세대와 어울리다 보니 간혹 경험과 생각을 전하려다가 '혹시 꼰대처럼 들리지 않을까' 망설이기도 한다. 한때는 그저 농담처럼 들리던 이 표현이 이제는 세대 간의 거리감을 상징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다만
-
《인문사회》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 피어 정조대왕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명군이자 개혁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민생안정과 산업진흥을 위한 개혁을 추진했고, 탕평을 통해 개혁세력의 국정참여 문호도 넓혔다. 그러나 그의 개인사는 잔혹했다. 왕이 될 운명이었던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했고, 목숨까지 위협했던 당파의 견제도 있었다. 이런 극적인 서사 때문에 정조의
-
《인문 》문학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의 대상은 어떤 사물보다 몸소 느끼는 순간이고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움은 소유의 대상이라기보다 경험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미술품을 구입해 소유할 땐 기쁘고 감격스럽기까지 할 것이나, 일단 소유하고 나면 마음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더구나 고가의 미술품을 소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전시 공간에도
-
《인문 사회》 다정함
다정함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1871년 발표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이란 글에서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며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멸종하지 않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을 오랜 기간 관찰한 결과였다.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와 '자연선택'의 개념을 설파한 다윈에게 '자연선택'은
-
《인문사회》 소수의 가치와 도전
소수의 가치와 도전 다수결은 민주사회를 지탱해 온 근본원리로, 안정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다수 의견과 주류적 입장은 법적·사회적으로 견고한 보호를 받는다. 문제는 새로 대두하는 영역에서 전제 사실이 잘못됐거나 중요한 상황을 빠트린 채 형성된 다수 의견의 폐해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그에 기반한 산업, 경제의
-
《인문 인성》 사랑, 주는 사랑
사랑, 주는 사랑 헤르만 헤세의 단편 '아우구스투스'를 다시 읽어본다. 한 여인이 아들을 낳고, 천사에게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천사는 아이에게 세상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는 축복을 내린다. 아우구스투스는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자라며, 사랑받는 것이 삶의 당연한 권리라고 믿는다. 자신의 욕망을 좇고, 타인을 이용하며 살아간다.
-
《인문독서》 병렬독서의 즐거움
병렬독서의 즐거움 책을 읽을 때 다소 산만한 편이다. 보통 한 번에 7권 정도의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습관이 있다. 대단한 주제를 연구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 책 저 책 넘나든다.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면 책읽기는 급물살을 탄다. 책 사냥을 나선다. 책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다른 책을 불러들인다. 책의 숲에 들어가 이 나무 저 나무로 마음껏 줄타기를
-
《인문 문학》 시와 함께 걷는 기쁨
시와 함께 걷는 기쁨 나는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게 되면 휴대폰에 입력시킨 후 며칠에 걸쳐서 암송한다. 산책할 때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암송한다. 그렇게 하면 그 시의 참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래서 가 좋아하는 시는 암송하기 편한 시들이다. 지나치게 산문적이어서 암송하는 맛이 없는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한자에서 시(詩)는
-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속 韓해운기업 장금상선 ‘유조선 대기 전략’ 주목
아시아 역내 컨테이너 운송에 특화된 국내 중견 해운사 장금상선이 최근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 유조선 운영 전략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원유 물류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인 해당 해역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자, 유조선을 활용한
-
트럼프 “나토 도움 필요 없다…한국·일본도 마찬가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 동맹과 아시아 주요 동맹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국제 안보 질서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언에서 “미국은 더 이상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까지 언급, 전통적 동맹 구조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번 발언은 중동 정세 악화와
-
군 복무 중 사고 걱정, 마포구 상해보험으로 덜다
군 복무 중 사고 걱정, 마포구 상해보험으로 덜다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군 복무 중 예기치 못한 사고와 질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 내 청년의 안전한 복무 여건을 마련하고자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 지원 사업'을 올해도 이어간다. 이 사업은 2025년 처음 시행됐으며, 시행 첫해 14건의 신청에 대해 총 664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비율 4%대 첫 진입…친환경농업 확산 1,970억 투입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비율 4%대 첫 진입…친환경농업 확산 1,970억 투입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비율이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경기도는 올해 1,97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농업 확산이 지속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발표한 '2025년도 유기식품 등 인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의 유기·무농약 등 친환경농산물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다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스물두번째 날 지옥의 랠리 -최종림 작가
마지막 아프리카의 햇빛 대회 조직위 시간 6시, 현지 시각 새벽 4시, 마지막 브리핑이라 하는 수 없이 만신창이 몸으로 참석했다. 아직 깜깜한 밤이다. 웬 꼭두새벽이라니. 오늘 경주 코스는 해안선 썰물 시간대에 맞춰 생기는 모래사장을 타기 위함이란다. 조직 위원장 질베르 사빈느 씨의 특별 브리핑이라지만 내 눈은 계속 아래로 감기고 한기가 들어 몸은
-
[K-방산] 불곰사업에서 천궁-Ⅱ까지 이어진 나비효과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사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연결선 하나가 드러난다. 1990년대 초 러시아 부채 상환을 계기로 시작된 '불곰사업'이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 중동 하늘을 지키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냉전 해체의 부산물에서 출발한 기술 협력이 오늘날 한국 방위산업의 핵심 토양이 됐고, 그 결실이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점차
-
서초구, 3년 연속 서울시 자치구 자살률 최저 기록
서초구, 3년 연속 서울시 자치구 자살률 최저 기록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가 3년 연속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저 자살률을 기록하며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자살예방 정책을 선도하는 자치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초구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16.3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
아이 키우기 좋은 인천…"보육료 지원 대폭 확대"
아이 키우기 좋은 인천…"보육료 지원 대폭 확대"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보육 현장의 운영 여건을 개선하고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육료 및 필요경비 수납한도액을 조정하고, 무상보육 지원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지방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납한도액을 인상하는 한편, 이에 따른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경비 지원 범위를
-
《속보》‘강선우·김경’ 나란히 구속
‘강선우·김경’ 나란히 구속 강선우(왼쪽 사진)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 연합뉴스 지방선거 시의원 선거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나란히 구속됐다. 이종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사람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
《사설》 대구시장 뺏길라 TK통합 유턴했다니… 끝없는 野 추락
대구시장 뺏길라 TK통합 유턴했다니… 끝없는 野 추락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보면 이젠 공당(公黨) 아닌 공당(空黨)이라고 해야 할 만큼 난맥상이 심각하다. 6·3 지방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내부에서부터 붕괴 조짐이 나타난다고 할 정도다.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에서조차 시장 선거 승리를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는 탄식이 당내에서 나온다. 여권의 일방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