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위반 발생·검거 증가세…처벌은 재산형이 10건 중 6건
민법 '동물=비물건'화 시도 지속…"일정 요건 아래 과실범 처벌 조항 필요" 주장도
너도 봄이 오는걸 느끼니? 절기상 우수(雨水)인 2026년 2월 19일 경기 양주화훼단지에서 고양이가 새순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동물병원의 착오로 치료를 받으러 간 개가 안락사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두고 동물병원의 부실한 관리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수의사가 고의가 아닌 과실을 주장한다면 형사적으로 책임을 묻긴 어렵다.
등록 반려동물이 360만마리를 넘어섰으나, 우리나라 법과 제도에선 아직도 반려동물을 가족보단 소유물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 글의 내용처럼 동물에 해를 끼쳤을 경우에도 고의나 미필적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형사적으로 처벌하기 힘들다.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문제도 빈틈이 있다.
현행 법 체계의 동물 보호 체계와 제도 개선 노력 등을 살펴봤다.
‘제 한복 패션 어때요?’ 2025년 9월 28일 마포반려동물캠핑장에서 열린 ‘댕댕이 한복 패션쇼’에서 한복을 입은 강아지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반려견 과실 사망엔 '과실치사' 없다…형사처벌 핵심은 고의
반려동물이 사람의 행위로 죽었을 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표적 조항은 동물보호법과 형법상 재물손괴죄다.
동물보호법에선 구체적으로 누구든지 ▲ 잔인한 방법 ▲ 공개된 장소 ▲ 부득이하지 않음에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 ▲ 사람에 대한 직접 위협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을 통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런 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들 조항은 대체로 고의적 학대·살해나 명시된 보호의무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번에 논란이 된 사례처럼 수의사 등의 단순 착오나 업무상 과실로 반려동물이 숨진 경우엔 고의 또는 보호의무 위반 등이 인정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형법상 재물손괴죄 역시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어 반려동물이 숨졌더라도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적용이 어렵다.
2021년 로트와일러가 스피츠를 물어 죽인 사건에서 법원은 견주에게 다른 개를 물어 죽이도록 할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해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당시 판결 이유로 재물손괴죄에 과실범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따라 누군가의 과실 혹은 착오로 다른 이의 반려동물이 죽었다면 형사 처벌보단 민사상 손해배상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국내 민사법 체계에서 동물은 물건 또는 재산권의 객체로 취급되는 측면이 있어 손해배상은 가액 중심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판례에선 동물의 반려 가치를 인정해 정신적 위자료 등이 함께 책정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는 판사의 재량에 따른 것이지 법적으로 명확한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법제연구원의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2025)에선 이런 법적 공백에 대해 "우리나라 현행 법제에 동물의 법적 지위와 보호의 내용이 구체화돼 있지 않으며, 법적 구속력이 없거나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동물학대 범죄행위 현수막 [촬영 안 철 수]
◇ 고의 학대·살해는 처벌 강화…동물보호법 위반 사건도 증가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동물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지속하고 있다.
2022년에 동물 학대 행위를 구체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발생과 검거 건수 또한 증가세다.
경찰청 범죄 발생 및 검거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0년 69건이었던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학대·관리미흡·영업자 준수사항 위반 등) 발생 건수는 2021년 1천72건으로 1천건을 넘어선 후 2022년 1천236건, 2023년 1천290건, 2024년 1천236건 등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2010년 64건이었던 검거 건수는 2024년에는 972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과거보다 동물 학대가 늘었다기보다는 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신고와 조사 건수 등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3년 3월23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 등이 양평 개 1천여마리 아사 사건의 책임자를 규탄하며 강아지 공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회적 인식은 달라졌지만 법적인 처벌은 아직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 동물보호법 위반 1심 판결 114건 중 72건, 63.2%가 벌금 등을 포함한 재산형이었고, 유기(징역)·집행유예는 20건, 17.5%에 그쳤다. 2023년에도 1심 사건 112건 중 59.8%(67건)가 재산형이었고, 유기·집행유예는 25.9%(29건)였다.
이런 처벌을 두고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지난해 초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동물을 죽였을 때는 징역 4개월∼1년 또는 벌금 300만∼1천200만원을, 고통을 주거나 다치게 하면 징역 2개월∼10개월 또는 벌금 100만∼1천만원을 기본으로 권고하는 것이 골자다.
2027년부터는 개식용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ㆍ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돼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남의 반려견을 데려가 식용 목적으로 도살할 경우 사안에 따라 절도, 재물손괴, 동물보호법에 더해 개식용종식법 위반으로까지 처벌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물 복지ㆍ권리 촉구하는 기자회견 한국동물보호연합 활동가들이 2021년 10월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세계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복지, 동물권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동물은 물건 아니다' 개정 논의 지속
민법에서 동물을 비물건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법이 학대 등 행위의 처벌을 다룬다면, 민법은 동물이 다치거나 죽었을 때 손해배상과 소유권 등 사인(私人) 간 법률관계를 정하는 기본법이다.
2021년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폐기됐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4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을 국민적 합의를 거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의 비물건화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조사도 있다.
2022년 한국갤럽의 '동물의 법적 지위, 과학계 동물실험, 동물 감정, 개 식용 관련 인식 리포트'에 따르면 동물에게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48%로, 반대(37%)보다 많았다. 개 식용 반대 의견은 2015년 37%에서 2022년 64%로 늘었고, 최근 1년 내 개고기 섭취 경험은 27%에서 8%로 줄었다.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선 이미 법 체계에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시한 조항을 둔 경우가 많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입법례 및 시사점'(2021)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독일·스위스·네덜란드·리히텐슈타인·체코·캐나다 퀘벡주 등은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동물은 감수성이 있는 생명체"라는 조항을 넣어 동물의 특수성을 인정했다.
사료를 먹는 반려견 [농촌진흥청 제공]
법제연구원의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의가 단지 동물보호나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동물과 인간에 대한 관계 및 동물에 대한 사회의 올바른 인식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선결 과제에 속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단순히 선언적 조항을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물을 사상할 때 손해배상책임, 동물에 대한 강제집행 금지, 이혼 시 반려동물의 취급, 반려동물 매매금지 등에 관한 입법 내지 해석원칙 또한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인 피엔알의 박주연 변호사는 "민법상 동물은 여전히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돼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잃어도 손해배상액이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동물을 물건과는 다른 특별한 법적 지위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민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고의성이 없는 사고라 하더라도 가해자가 수의사나 반려동물 관련 종사자처럼 직업상 높은 주의 의무를 부담하는 위치에 있고, 그 과실로 반려동물이 사망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 과실범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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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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