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 열부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01 00:13


열부





옛 사람들은 ‘8불출’의 하나로 ‘아내 자랑하는 자’를 꼽았지만 이는 남성위주 유교사회의 허위의식이나 겸양지덕을 강조한 것으로 비친다. 지체높은 사대부 집안이나 왕가에서도 극진한 아내 사랑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절절한 사랑은 시나 편지로써뿐 아니라 권력이양이나 재산분배, 사후 호화릉 건립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선조 태조 이성계의 계비 강(康)씨에 대한 지극한 사랑도 어느 순애보 못지않다. 강씨는 이성계가 젊은 시절 호랑이 사냥중 목이 말라 우물가를 찾았을 때 바가지물에 버들잎을 띄워 허겁지겁 마시는 것을 막게 했다는 바로 그 여인이다. 이성계는 강씨를 초대 국모자리에 앉히고 세자도 첫째 부인인 한씨 자식들을 모두 배제한 채 강씨 소생인 방석으로 책봉했다. 태조는 강씨가 죽자 도성 안(현재의 덕수궁 옆)에 정성을 다해 능을 꾸미고 절을 세워 극락왕생을 기원토록 했으니 이것이 원래 정릉(貞陵)이다. 대궐에서는 정릉의 아침재 올리는 종소리를 듣고서야 수라를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고려말 공민왕의 노국공주에 대한 애틋한 사랑도 후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 공민왕은 정략결혼의 희생물로 멀리 원나라에서 시집왔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 노국공주가 죽자 손수 공주의 얼굴을 그려놓고 밤낮으로 슬피 울었다고 한다. 3년간 육식을 끊고 능을 꾸미는 데만 8년의 정성을 쏟았다니 그 애끊는 심정이 짐작된다.


엊그제 경남 창원에서 “같이 죽겠다”며 지병으로 숨진 아내의 시신을 나흘간이나 끌어안고 있다가 탈진한 남편이 발견돼 화제인 모양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이의 육체라도 일단 숨이 끊어지고 체온이 내려가면 공포심을 주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이 30대 남편의 행동은 ‘현대판 열부(烈夫)’ 소리를 들어도 괜찮다 싶다. 특히나 결혼부부 3쌍 중 한쌍이 이혼할 정도로 부부간 지고지순한 사랑이 먼옛날 얘기처럼 들리는 요즘 세상이기에 그의 아내사랑은 돋보인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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