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英韓사전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21 23:28


英韓사전





서양중세때 교회는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지 못하게 했다. 중국은 근대까지 불경 말고는 번역한 책이 거의 없었다. 왜 중세가 암흑기이고, 근대중국이 종이호랑이였는지 이런 문화적 고립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조선이 한자를 국어로 알고 있을 때, 일본 메이지시대 오규 소라이는 한자를 외국어로 인식하고, 한자를 일본말로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일본이 번역을 통해 외부문화를 자기의 일부가 되게 함으로써 일본문명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번역은 단순한 말바꾸기가 아니라, 지식의 가공 및 축적과정이다. 19세기 메이지정부가 번역국이라는 국가기관을 둘 정도로 번역을 국가사업으로 삼았던 것도 그런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헤겔미학’이라는 책이 지구상에서 외국어로 번역된 경우는 일본어가 유일했다. 일본을 우습게 볼 수 없다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일본과 이웃하고도 여전히 번역을 허드렛일로 취급하고 있다. 그래놓고 우리말은 세상 만물의 현상을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언어라느니 하며 딴소리를 하는 지식인들이 있다. 번역이 왕성해야 우리말도 풍부해지고, 우리말이 풍부해져야 세상의 지식이 우리의 지식으로 육화되는 법이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나 일본사전이 올해 어떤 단어를 새로 등록했느니 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생활에서 국어사전은 이미 영한사전으로 대체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한국인이 국어사전보다 영한사전을 통해 우리말을 익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영한사전마저 엉터리라고 한다. 이재호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최근 발간한 ‘영한사전 비판’이라는 책에서 영한사전에 중요한 말이 빠져 있고, 그나마도 일본의 영일사전을 베낀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 없었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을 누가 번역해 주었을까. 한류가 일본을 지배했다고 들뜬 사람들은 우리의 지식과 문화의 정수가 빠져 버린 껍데기가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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