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 철학의 부활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17 22:35


철학의 부활





“세상에는 많은 공부가 있다. 제일 어려운 것이 과거 공부이고 그 다음이 행정실무 공부이고 그 다음이 고문(古文) 공부이다. 고문인 문(文)·사(史)·철(哲)을 익히 배운 뒤에 과거 공부나 행정실무 공부를 하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성공할 수 있으나 고문에는 어두우면서 과거 공부만 한다면 뒷날 아는 것이 없어서 크게 고생만 한다.” 다산 정약용의 ‘위다산제생증언(爲茶山諸生贈言·제자들을 위해 베푼 말)’을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풀어 쓴 글이다. 다산은 이렇게 고문, 요즘 말로 문학, 역사학,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임을 일깨웠다.


원로 역사드라마 작가 신봉승은 ‘문사철 600’의 전도사다. 이 말은 “30대 안쪽에 문학책 300권, 역사책 200권, 철학책 100권을 읽어야 참된 지식인, 교양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학은 ‘언어의 보고(寶庫)’로서, 역사는 ‘체험의 보고’로서, 철학은 ‘초월의 보고’로서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얻는 단편적 지식으로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없다면서 젊은이들에게 ‘문사철 600’에 도전할 것을 권하고 있다.


문학·사학·철학 순으로 부르는 것은 관행일 뿐이다. 철학을 앞세워도, 역사가 앞에 가도 상관 없다. 문사철은 학문의 근본이 되는 인문학, 즉 인간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학문을 뭉뚱그린 말이다. 그럼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인문학, 문사철은 이 땅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대학에서 취업률이 낮아 미달사태가 나고 폐과의 운명을 겪기도 한다. 몇년 사이 없어진 철학과만 해도 10여곳에 이른다.


이런 형편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요즘 철학이 대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전쟁의 도덕성이나 최근 정치적 관심사에 대해 철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신세대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에서 철학 전공자가 1990년대와 비교해 2배나 늘었다. 정치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철학이 그 모선(母船)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이다. 탁상공론식이고 철학고전에 의존하던 교육방식을 바꿔 심리학, 경제학 등 다른 학문과 접목시키는 시도도 주효했다. 요컨대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얘긴데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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