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 문학·출판계를 강타한 '시(詩)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2025년 1분기 한국 시 분야 판매량 전년 동기 대비 64.5% 늘어나
시가 돌아왔다. 요즘 시집이 제법 팔리는 모양이다.
독서 인구가 줄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시집만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시집 판매는 2024년에 전년보다 46.4% 증가했고, 2025년에도 33.7%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5년 1분기 한국 시 분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4.5% 늘어나는 등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를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시집 판매량은 2024년 전년 대비 46.4% 늘고, 25년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64.5% 늘어나며 시 분야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독자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시집의 주 독자였다면, 이제는 10~20대가 새로운 독자층으로 떠올랐다. 이 세대의 시집 구매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게 됐다.
SNS에서 한 구절의 시를 사진과 함께 공유하고, 짧지만 오래 남는 문장을 자신의 감정 언어로 소비하는 문화가 시집을 다시 서가 앞으로 불러냈다.
‘텍스트 힙’ 열풍도 한몫했다. ‘텍스트 힙(Text Hip)’ 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독서와 글쓰기가 멋진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는 문화적 변화다. 즉, 공부를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소비하는 현상을 뜻한다.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시대라지만, 오히려 압축된 언어와 여백의 미학을 지닌 시는 짧은 호흡의 독서 방식과 잘 맞아떨어졌다. 한 편의 시는 몇 분이면 읽을 수 있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SNS에서 문장 하나가 공감을 얻으면 독자는 결국 시집 한 권을 찾는다.
시집이 팔리는 또다른 이유는 시가 쉬워져서가 아니다. 복잡하고 빠른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짧지만 깊은 언어를 찾는다. 정보를 소비하는 데 지친 마음이 의미를 갈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는 여전히 가장 짧은 문학이지만, 가장 오래 사람 곁에 머무는 문학으로 다시 독자를 만나고 있다.
독서 인구가 줄었다는 말이 무색하게 시집은 오히려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있다. SNS에서 한 편의 시가 공유되고, 짧지만 오래 남는 문장을 찾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시집 판매는 최근 2년 연속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산아래 詩에서 시작된 시집 전문서점 창업은 지역 곳곳으로 이어져 15개의 자매 책방들이 생겨났다. 사진은 1호점 개정 칠곡책방.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시집 전문서점 ‘산아래 詩’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에서 문을 연 이 작은 책방은 단순히 시집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시인과 독자를 연결하는 사랑방이 되었다. 전국 시인들의 시집을 위탁받아 소개하고 북토크와 낭독회를 꾸준히 열면서 ‘시는 어렵다’는 문턱을 낮췄다.
산아래 詩에서 시작된 시집 전문서점 창업은 지역 곳곳으로 이어져 15개의 자매 책방들이 생겨났고, 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독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시집 한 권을 사고파는 일을 넘어, 시를 읽고 나누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거점이 된 것이다.
시는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시를 읽는 사람, 시를 권하는 사람, 그리고 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시는 다시 독자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산아래 詩는 시집 한 권보다 더 큰, 시의 생태계를 키우는 책방이라 할 만하다.
산아래 詩 블로엔 14번째 자매점으로 정신의학전문의 곽호순 원장의 북토크를 열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하루하루 숨가쁘게 살아가는 ‘뉴노멀’ 시대다. 끝이 보이지 않고 답이 없는 불안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요즘처럼 애매모호하고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시대에는 생각을 간결한 언어로 표현한 글이 더 잘 읽힌다고 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시가 읽히는 전성시詩대다.
1980~1990년대 문학·출판계를 강타한 '시(詩)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시집 밀리언셀러가 쏟아졌던 그 시절과 같은 시의 전성기는 다시 올 수 있을까?
산아래 詩 라라책방에서 1990년대 서점가에 감성시인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하 시인을 초청 북토크를 열고 있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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