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염규복 "원작의 연대를 통한 치유와 내리사랑이 핵심"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 애니메이션…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초청
'광고 인연' 수지, 목소리 출연…"눈물 닦은 관객의 휴지, 기억에 남아"
질문 듣는 염규복 감독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긴긴밤' 기자회견에서 염규복 감독이 질문을 듣고 있다. 2026.10.9 scape@yna.co.kr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루리 작가의 동화 '긴긴밤'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상실을 경험한 두 존재가 삶을 이어가는 과정은 많은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동화는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고 누적 판매 약 80만부를 기록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딸로부터 책을 소개받고 읽게 된 염규복 감독도 눈물을 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염 감독은 동화의 구원 서사에 매료돼 이를 동명의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고, 이 작품은 올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유일한 애니메이션으로 이름을 올렸다.
"'긴긴밤'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의 구원 서사는 아니었어요. 소시민들이 공유할 만한 작은 힘들이 모여서 인생에 큰 모멘트(순간)를 만들어내요. 보고 많이 울었어요."
염 감독은 9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긴긴밤' 기자회견에서 "다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원작을 보고 매료돼 작업을 안 할 수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따뜻한 연대와 사랑의 메시지로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은 뮤지컬, 판소리 음악극으로도 제작됐다. 염 감독은 원작의 그런 지점을 살리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머, 긴장감을 불어넣는 액션 장면 등을 넣어 좀 더 폭넓은 연령층에게 다가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큰 상실을 겪은 주인공이 연대를 통해 치유되고, 그것을 내리사랑처럼 작은 존재에게 베푼다는 정서를 지키고 싶었다"며 "그 과정에서 겪는 긴긴밤들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긴긴밤' 속 장면 [더콘텐츠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제한된 예산 내에서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투자 문제로 1년 넘게 작업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제작진은 게임 그래픽 엔진을 활용해 효율성을 꾀했다고 돌아봤다.
정경희 제작자는 "통상 2D 애니메이션을 많이 하는데, 저희가 완전히 다른 색깔과 미장센으로 하다 보니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의 뜻을 모으기 어려웠다"며 "4년 정도 작업하며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내기 위한 논의가 많았다. 참고할 만한 게 없어서 개발할 때 어려웠으나, 지금은 많이 만족한다"고 말했다.
목소리 연기에는 배우 수지를 비롯해 김규나, 성우 박기욱 등이 참여했다. 20년간 광고 업계에서 영상을 만들어온 염 감독은 수지와 광고 작업을 같이 한 인연으로 그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수지 씨는 저와 광고로 오래된 인연을 맺고 있다. 그것을 빌미로 제가 오랫동안 매달렸다"며 웃음 지은 뒤 "연출하는 과정에서도 열려 있는 마음으로 임해주셨고 또 워낙 원작을 좋아하셔서 같이 편하게 작업했다"고 했다.
부산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 '긴긴밤' 기자회견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긴긴밤' 기자회견에서 염규복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작자 정경희. 2026.10.9 scape@yna.co.kr
애니메이션은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로 주목받아 지난달 열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세계 각국의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하는 '센터피스' 부문에 초청받았다.
염 감독은 토론토영화제에서 만난 유학생 관객들이 영화 상영 뒤 손에 한가득 들고 있던 눈물 닦은 휴지가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그는 "낯선 타국에서 외롭던 유학생들이 영화를 보며 치유된 듯했다"며 "칭찬의 말들보다 그들의 하얀 휴지가 저한테 오래 남을 기억"이라고 했다.
'긴긴밤'으로 첫 장편을 연출한 염 감독은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광고뿐만 아니라 그림책 '꾸욱꾸욱', '하악하악'을 만드는 등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해왔다.
"로맨스 한 편 있고 호러도 하나 있고 시리즈도 두세 편 써놨어요. 뭐부터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장르에 상관없이,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구분 없이 넘나들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부산영화제 찾은 '긴긴밤' 염규복 감독과 제작자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나흘째인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긴긴밤' 기자회견에서 염규복 감독(왼쪽)과 제작자 정경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9 scap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