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글날을 맞아 되새기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적 우수성, 그리고 우리 언어문화의 미래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08 23:38


한글날을 맞아 되새기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적 우수성, 그리고 우리 언어문화의 미래





매년 10월 9일 한글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일상 공기처럼 당연하게 사용해 온 우리 글자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세계 수많은 민족 중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자를 가지고, 그 문자의 창제자(세종대왕)와 창제 시기, 그리고 창제 원리(훈민정음 해례본)를 정확하게 역사적 기록으로 남긴 사례는 인류 역사상 한글이 유일합니다. 이는 단순히 한 민족의 문화적 자부심을 넘어, 인류가 이룩한 지적 자산 중 가장 빛나는 성취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한글의 가장 위대한 가치는 무엇보다 과학적인 창제 원리에 있습니다. 한글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든 형태 문자(자질 문자)'입니다. 자음의 기본 자인 ‘ㄱ, ㄴ, ㅁ, ㅅ, ㅇ’은 소리를 낼 때 발음기관인 혀, 입술, 이빨, 목구멍의 모양을 그대로 상형화했습니다. 여기에 소리의 세기에 따라 획을 더하는 ‘가획의 원리’(ㄱ→ㅋ, ㄴ→ㄷ→ㅌ)를 적용하여, 문자의 모양만 보아도 소리의 성질과 깊이를 직관적으로 유추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모음 또한 우주의 근본인 하늘(ㆍ), 땅(ㅡ), 사람(ㅣ)을 뜻하는 ‘삼재(三才)’의 원리를 담아 인류 철학과 자연의 순리를 완벽하게 시각화했습니다. 이 세 가지 기본 부호를 조합하여 세상의 모든 모음 소리를 파생해내는 방식은 현대 컴퓨터 언어의 이진법이나 모듈화 개념과도 맞닿아 있어, 수백 년을 앞선 초과학적 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구조 덕분에 한글은 놀라운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자음과 모음 단 24자(기본 자 기준)만으로 수천 개의 음절을 생성해낼 수 있으며,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소리를 문자로 정밀하게 받아적을 수 있습니다. 이 뛰어난 확장성과 단순성은 현대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이르러 그 진가를 더욱 강렬하게 발휘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자판을 누르거나 음성을 인식할 때,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결합 구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타 언어에 비해 입력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고 오타율이 적습니다. 세종대왕이 500여 년 전에 완성한 글자가 마치 21세기 디지털 모바일 환경을 예견하고 만들어진 것처럼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글이 가진 가장 숭고한 본질은 바로 '애민 정신'과 '문화적 평등주의'에 있습니다. 조선 시대 당시 지식층의 전유물이었던 한자는 배우기 어렵고 복잡하여 일반 백성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뜻을 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글을 몰라 겪는 삶의 고통을 깊이 안타까워하며, "모든 사람이 날마다 쉽게 익혀 편하게 쓰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한글을 창제했습니다. 문자의 진입장벽을 낮춰 지식과 정보의 독점을 깨뜨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인본주의적 혁명이었습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문해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되었고, 이는 국가 발전과 눈부신 경제·문화 성장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한글은 K-컬처의 확산과 함께 전 세계인이 배우고 싶어 하는 글로벌 언어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과도한 줄임말, 국적 불명의 외래어 남용, 정체불명의 신조어들 속에서 아름다운 우리말의 규범과 격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한글날은 단순히 쉬는 공휴일이 아닙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문자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세대로서, 우리 글자의 가치를 올바르게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다짐을 새기는 날이어야 합니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일상 속 언어생활을 정제하고 한글이 가진 소통과 배려의 정신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주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한글날을 기념하는 가장 진정한 책무일 것입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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