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손 /박상봉(시인)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5-10-28 07:43

일하는 손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사람에게 온기를 전하는 손을 마주잡는 일

  이정도 살았으면 세상일에는 웬만큼 이력이 날만도 한데 도무지 하는 일마다 서툴기 짝이 없다. 벽에 액자를 걸기 위해 못 하나를 박는 일도 망치를 잘못 휘둘러 손등을 찍기 일쑤요 누구나 간단하게 고치는 물건도 손을 댔다하면 아주 못쓰도록 망쳐놓고 만다.


  너무나 뻔한 한 사람 몫의 일인 데도 반드시 남의 손을 빌어야만 겨우 해결을 볼 수가 있으므로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겨져 참담해지고 외로워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손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 손을 보고 여자 같다고 말한다. 가냘픈 뼈대와 왜소한 체구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손이 남자답지 않게 너무 고와서 자라면서 어지간히도 놀림감이 되어왔다.


  누군가 반가움의 표시로 악수를 청하면 손을 감추느라 전전긍긍하면서 신경전을 벌일 때가 많다. 상대방으로부터 자기를 반기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오해를 사면서까지.


  사람은 누구든지 일을 해야 사람답게 살 수가 있다. 그래서 일하는 손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라고 말들 하는데 내 손은 아무런 능력도 갖지 못한 듯하고 보기마저 남부끄러울 정도로 섬약(纖弱)하게 생겨서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되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오랜 고민에 빠져있던 나는 햇빛이 유난히 따사롭던 어느 젊은 날 기어이 보기 싫은 손과 결별을 해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오른손에 돌덩이를 들고 왼손을 찍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신체 부위 중에서 손을 가장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은 시를 쓰면서부터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던 손이 시를 쓰면서부터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신경림 시인이 「아름다운 손들을 위하여」라는 시에 말하듯 거친 일을 해내는 투박한 손은 아니지만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살게 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신체 부위 중에 부끄러운 부분 한가지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감출수록 추해지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이 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장점으로 만들거나 개성으로 바꿀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고 하여도 자기만족이 되지않으면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을 만들어 가는데 아주 중요한 관점이 된다.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따스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나의 손이 사랑스럽다. 다른 사람에게 온기를 전하는 손을 마주잡는 일을 좋아한다.박상봉 시인

박상봉 사회부장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