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치》》 달 항아리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28 00:23


달 항아리





‘너그러움’은 관용, 포용, 넉넉함, 여유, 원만함, 온유함 등의 뉘앙스를 함축한 말이다. 정(情)을 중시해온 우리 민족의 심성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해서 달항아리로 지칭되는 조선백자가 있다. 처음 대면할 때는 특별한 멋을 느끼지 못하나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정이 들고 푸근해진다. 달 항아리는 조선백자 중에서도 아무런 장식이 없고 유난히 큰(높이 40㎝ 이상) 항아리다. 그래서 백자대호(白瓷大壺)라 불린다.



달 항아리의 비밀은 워낙 크기가 커서 위와 아래를 따로 만든 뒤 이음새로 붙여 만들었다는 데 있다.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고 최순우 선생은 달 항아리의 매력은 어딘가 이지러진 듯한 ‘부정형(不定形)’의 자연미에서 나온다면서 ‘마치 인간의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조선백자 특유의 ‘순박함’에다 ‘넉넉함’과 ‘너그러움’이라는 특유의 멋과 예술적 가치를 더했다. 게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조선도공만이 왕사발 두 개를 포개는 발상의 전환으로 만든 창조적 작품이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무기교의 기교’(고유섭) ‘잘 생긴 부잣집 맏며느리의 후덕함’(최순우)이라고 예찬하는가 하면 화가 김환기는 달 항아리를 수시로 마당에 내어놓고 감상하면서 아이처럼 좋아할 정도였다.


경복궁 한편의 고궁박물관에서 달 항아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개중에는 멀리 영국과 일본에서 건너온 것도 있다. 고작해야 9점에 불과하지만 보름달 9개가 전시장 안에 들어있는 듯한 넉넉함을 자아낸다. 전시장에 붙은 고고미술사학자 김원룡 선생의 시가 운치를 더해준다. “…무엇 새삼스러이 이론을 캐고 미를 따지오/이것은 그저 느껴야 하며 느끼지 않는다면 아예 말을 맙시다.”


권력자와 정치인들의 말장난 네탓공방에 불쾌지수가 갈수록 치솟는 요즘, 달 항아리가 보여주는 너그러움과 무심(無心)의 미학에 젖다보면 잠시나마 스트레스가 좀 풀리지 않을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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