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말똥구리의 철학 - 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5-12-14 22:38

낮은 자리에서 배우는 인간의 존엄



말똥구리는 화려한 세계와는 가장 먼 곳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불결하고 하찮은 똥더미가 그의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말똥구리는 그 자리를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에서 자신의 생을 꾸리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며, 자연의 순환을 완성한다. 이 작은 곤충의 행위는 우리에게 깊은 인문적 질문을 던진다. 삶의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존엄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우리는 흔히 높은 자리, 깨끗한 환경, 인정받는 성과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말똥구리는 남들이 외면한 것에서 삶의 재료를 발견한다. 버려진 것을 자원으로 바꾸는 이 태도는 인간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패와 상처, 가난과 소외 역시 삶의 일부이며,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말똥구리는 불평하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굴릴 뿐이다.


말똥구리가 혼자 힘으로 똥덩이를 굴리는 모습은 노동의 본질을 떠올리게 한다. 노동은 과시가 아니라 책임이며, 경쟁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결과가 즉각 드러나지 않아도, 자신의 몫을 다하는 태도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다. 말똥구리는 성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을 뿐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방향성이다. 말똥구리는 별빛과 태양을 기준 삼아 길을 잃지 않는다. 외부의 소음이나 주변의 혼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나아간다. 이는 정보와 의견이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다. 무엇을 따라야 할지 모를수록, 삶의 기준은 더욱 단순하고 분명해야 한다.


말똥구리의 철학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다. 낮은 곳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남이 버린 것에서도 의미를 길어 올리며, 자기 삶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는 태도다. 오늘날 인간 사회가 잃어버린 것은 능력이 아니라 이러한 태도일지 모른다. 말똥구리는 말없이 묻는다. 우리는 과연 자기 삶의 몫을, 정직하게 굴리고 있는가.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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