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망우정에 앉아, 근심을 내려놓는 법 -청암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1-10 10:59

ㅡ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망우정을 찾아서

망우정

낙동강이 내다 보이는 망우정 정자

낙동강이 한 번 숨을 고르듯 굽어지는 곳, 창녕군 도천면 우강리 강변에 망우정(忘憂亭)이 있다. 이름부터 마음을 붙든다. 근심을 잊는 정자라니. 그러나 정자에 오르기도 전에 우리는 안다. 이곳은 근심이 없는 사람이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근심을 다 겪어본 사람이 비로소 앉을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망우정은 임진왜란 의병장 곽재우가 전란 이후 세속을 물러나 머물렀던 곳으로 전해진다. 나라의 존망이 위태로웠던 시절, 붉은 옷을 입고 말 위에 올라 적을 맞섰던 인물. 그가 선택한 말년의 공간이 ‘망우’라는 이름의 정자였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전쟁을 겪지 않은 이가 근심을 말할 수 없듯,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통과한 사람만이 근심을 내려놓을 자리를 꿈꾼다.


망우정에 서면 낙동강 물길이 시야에 들어온다. 물은 쉼 없이 흐르지만, 성급하지 않다.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곽재우가 이곳에서 바라보았을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 흐름 속에서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남겼을까. 아마도 세상을 바꾸려는 조급함 대신, 자연의 질서 앞에 자신을 낮추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근심을 잊는다’는 말은 흔히 현실 도피로 오해된다. 그러나 망우정의 망우는 회피가 아니라 거리두기에 가깝다. 잠시 물러서서 세상을 다시 보기 위한 선택이다. 정자라는 공간 자체가 그러하다. 땅에서 조금 떠 있고, 사방이 트여 있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 중간 지대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을 객관화한다.


오늘날 우리는 근심을 잊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찾는다. 화면을 넘기고, 소음을 키우고, 일정을 채운다. 그러나 망우정은 정반대의 방식을 제안한다. 말수를 줄이고, 시선을 멀리 두고, 시간을 느리게 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시간을 허락하라고 했다.


망우정은 크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나 이 작은 정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근심을 내려놓았는가.”


낙동강은 오늘도 흐르고, 정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근심을 잊을 준비가 된 사람만이, 조용히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을 뿐이다.


곽재구 의병장군 유어비

청암 배성근 시와늪 문인협회 회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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