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대한 새로운 생각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 자체에 대한 생각은 근대에 이르러 시작됐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언명은 생각에 대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제기해 근대 서양철학의 토대가 됐다.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은 생각을 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전통이나 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이 아니라 확실한 것을 찾아서 의심하고 질문하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인 근대가 시작된 것이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인간(남성)을 표상하고 있다. 전통을 따르고, 초월적인 신에게 기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새로운 근대 인간의 모습이다.
근대의 원천인 전통적인 생각에 대한 회의와 도발적인 질문은 근대성의 중요한 특징인 과학적 합리성으로 귀결됐다. 종교적 맹신과 관습에서 벗어나 자연에 내재된 원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도발적 시도가 근대 과학발달의 원천이었다.
오늘날 도발적인 생각은 사람들의 생각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일부 과학자나 사상가의 생각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관심이 “생각에 대한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는 동물로 태어난 인간이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반복적인 이름 부르기를 통해서 자신의 이름을 획득하는 호명과정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정체성과 생각도 집단적인 호명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에르네스트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도 사람들의 생각(이데올로기)도 언어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언어적 행위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주장처럼, 요즈음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언어와 언어행위로 이루어진 담론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생각이 존재의 출발점인데, 막상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구성물이라는 주장이다. 자기 생각의 주인이 정작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뜻도 있다.
오늘날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언어 가운데 하나가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경쟁력과 맞물려 개인, 기업, 국가의 일상을 지배하는 언어가 됐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헤게모니 언어가 된 것이다. 효율성에 대한 생각도 사회적으로 만들어졌다. 오늘날 기업의 효율성 개념이 매체와 학계에 의해서 전 사회로 확산됐다. 공공부문 비효율성 논의도 기업과 관련해 등장했고, 높은 효율성이 높은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생각도 기업과 관련해 등장했다. 정치인과 관료들도 이러한 기업 중심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중심의 효율성 논리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차원을 넘어서 사회 차원에서 효율성을 생각할 수 있을 때, 공공성과 사회정의와 관련된 국가의 공적 역할이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별 기업 수준에서 여성 차별행위는 남성 중심 조직 현실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연간 40조원 이상을 교육비로 사용하고 있고 그중 절반을 여성 교육에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여성 차별은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일이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여성 교육에 들어간 약 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교육비를 허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성차별적인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엄청난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차별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비효율적인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일인 것이다.
국가의 정책과 역할이 기업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생각되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공공성과 사회정의가 증진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 가을, 우리 모두 사회 전체라는 큰 틀에서 새로운 생각을 시작해보자.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고질병들에 대한 치유책이 보일 것이다. 미래 새로운 한국 사회의 모색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서 시작돼야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사회》 보름달
보름달 꽃 사이에 앉아 혼자 마시자니/ 달이 찾아와 그림자까지 셋이 됐다/ 달도 그림자도 술이야 못마셔도/ 그들 더불어 이 봄밤 즐기리…(이백의 독작(獨酌)) 사경이라 그믐달을 산이 토하니/ 얼마 남지 않은 밤의 물 밝은 다락/ 먼지 앉은 갑을 열고 보던 거울이/ 갈구리 돼 발을 타고 올라올 줄이야…(두보의 월(月)) 달은 그저 달이라도 보는 이의 느낌에
-
《인문교육》 인성교육’이 절실한 대학
인성교육’이 절실한 대학 오늘날 최고 교육기관이 대학이라면 전통시대 대학에 해당하는 것이 성균관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렇다면 대학과 성균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성균관에는 대학의 강의실 기능을 하던 명륜당, 도서관에 해당하는 존경각, 기숙사와 같은 동재와 서재 등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대학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
《인문사회》 유언비어의 사회학
유언비어의 사회학 요즈음 유언비어가 떠돈다는 유언비어가 있다. 유언비어의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예시하는 것을 보면, 그 폐해가 심각하긴 대단히 심각한 모양이다. 언론에 보도된 예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또 그 말을 옮긴다면, 유언비어를 엄단하겠다는 말이 바로 유언비어의 진원지인 셈이다. 우리가 여기서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열네째 날. 차를 끈으로 묶어 달리다_최종림작가
흰개미 집 간밤 호텔에 돌아오니 그때까지 차가 정비돼 있지 않은 채였다. 제롬을 믿고 한국 대사관에 갔다 온 것이 잘못이었으니, 새벽까지 한숨도 못 자고 엔진 청소 등 모든 걸 정비사 놈들하고 갈아 끼우고 정비를 했다. 우리 같은 가난한 팀의 슬픈 고난이다. 부자 놈들은 그저 저녁 파티하고 실컷 자는 동안 자가용 비행기 타고 온 정비사들이 밤새 잘
-
《인문사회》 딸
딸 딸의 일생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직접 설계하지 못했다. 운전보조석에 앉아 운전수가 가는 대로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삼종지의(三從之義)의 길이 숙명이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따르고. 여자 팔자가 뒤웅박팔자인 이유였다. 선택에 따라 운명이 크게 바뀌었다. 그
-
《인문종교》 국사당(國師堂)
국사당(國師堂)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과 나란히 서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는 산이 인왕산이다. 조선 세종 때 불법을 지키는 금강신의 이름을 따 인왕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인왕산은 조선이 망하면서 일본인들에 의해 가운데 ‘왕’(王)자가 ‘왕’(旺)으로 바뀌는 수난을 당했다. 인왕산은 불과 10여년 전에 이름을 되찾았다. 인왕산에는 이름뿐
-
《인문정치》 변신(變身
변신(變身) 어느날 아침 한 남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데기를 등에 대고 누워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레고르처럼 자신과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변신’만 있는
-
《인문사회》걷는다는 것
걷는다는 것 둘러보면 걷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걸어서 행복하다고들 말한다. 걷는 것은 타는 것과 다르다. 타는 것은 무엇인가에 의지하는 것이다. 온전히 내 힘으로 내 몸을 움직이는 것에 새삼스러울 게 없건만 타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걷기’가 새로운 발견이다. 원래 짐승들은 달리고, 새는 날고, 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걸었다. 그 중 인간만이
-
《인문정치》새로운 政治 리더십으로
새로운 政治 리더십으로 .. 1492년 콜럼버스가 배 세 척을 이끌고 신대륙에 도달했을 당시 유럽인은 중국을 이상향으로 생각했다. 콜럼버스의 항해 목적지도 애초 종이와 화약이 탄생한 선진국이었다. 그 시기 중국을 통치하던 명(明) 왕조는 나라를 개방하고 무역을 권장했다. 황제의 최측근 정화(鄭和)가 중동·아프리카까지 30여 개국을 순방한 것도 그때였다.
-
《사설》 비뚤어진 부와 권력세습
비뚤어진 부와 권력세습 세상에서 한국인들처럼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말한다. 한때는 칭찬으로 들었지만 이제는 꼭 칭찬만은 아닌, 어떻게 들으면 삶의 가치가 전도되었다는 힐난으로 들릴 듯한 말이다. 수년 전부터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해도 일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사회가 되었지만, 그래도 악착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주관적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열세째 날. 니아메의 긴 밤_최종림작가
차도, 사람도 만신창이가 되어 오늘은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에 입성하는 날이다. 잔뜩 기대된다. 아침 6시 기상.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어깨에 맷돌을 올려놓은 듯 몸은 무겁게 쳐지고 계속 눈이 감긴다. 어제저녁, 이곳 토인들이 구운 양고기를 먹은 게 탈이 난 것일까? 모기에 많이 물려 뇌염 증세 같기도 해 걱정스럽다. 아니면 그동안 쌓인 과로로 내 몸이
-
《사설》놀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놀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지금으로부터 꼭 60 여년 전인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은 신년 벽두 연두교서에서 새해를 ‘일하는 해’로 선포했다. 증산, 수출, 건설 등과 같은 단어가 풍미했던 그때 그 시절, 그 이듬해는 ‘더 일하는 해’로, 그리고 그다음 해는 ‘전진의 해’로 지정되었다. 오늘날 감각으로는 아무리 뜬금없고 촌스러워 보여도 그게 한때 우리나라의
-
《사설》저성장보다 무서운 무감각
저성장보다 무서운 무감각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7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실질 기준)는 올해 1.0%, 내년 1.8%, 2027년 1.9%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별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한은의 올해를 포함한 3년 전망치가 맞아떨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3년 연속 2% 미만의 낮은
-
《사설》저속한 ‘정치 언변’이 판치는 이유
저속한 ‘정치 언변’이 판치는 이유 리더십은 말보다 모습으로 결정된다. 지도자가 하는 말의 내용도 중요하나, 말을 어떤 자세와 분위기로 하는지 그 모습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 더 중요하다. 모습이 좋으면 말이 수반되지 않아도 된다. 다변(多辯)이거나 달변(達辯)인 지도자는 사람들의 이성에 호소한다. 이에 비해 진지·진중·솔직·소탈 등의 덕목을 모습으로
-
안산시, 주차장 빈자리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현대오토에버와 협업
안산시, 주차장 빈자리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현대오토에버와 협업 안산시가 민간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관내 주차장 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한다. 운전자 차량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검색하면 주차장 빈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돼 시민들의 교통 편의가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산시(시장 이민근)는 지난 22일 안산시청에서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들과
-
[신간 소개] 박상봉 시인,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
박상봉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불 꺼진 너의 단어 곁에서』가 출간됐다. 첫 시집을 마흔아홉에 펴낸 뒤, 예순을 넘겨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다시 네 번째 시집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업은 언제나 느렸고 우회적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공백이 아니었다. 시인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집의 의미”라고 말한다. 새 시집을 계기로 그의 시와
-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에 첨단 폴더블 터치 및 지문 솔루션 공급 선전, 중국 2025년 12월 9일 /PRNewswire=연합뉴스/ -- 구딕스 테크놀로지(Goodix Technology)가 12월 8일 자사의 업계 선도적인 메인 및 서브 터치스크린 컨트롤러와 초슬림 측면 키 정전식
-
《인문》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12월. 덩그러니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뭔가에 쫓기듯 조바심이 납니다. 대책 없이 놀기만 하다가 겨울을 맞이한 베짱이의 심정입니다. 마음이 스산하니 몸이 더 추운 걸까요. 이른 출근길에 지나게 된 새벽시장에는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좌판의 생선도 꽁꽁 얼 만큼 춥네요. 가뜩이나 손님도 뜸한
-
《사설》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여성 보좌진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장 의원은 결백을 강조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