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수석부장 "헌재 심리 지연, 기본권 침해 여부 보겠다"
1988년 헌재 설립 이후 갈등 반복…재판소원 놓고 대립각 빚어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법원이 17일 헌재의 헌법재판 지연 문제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 재판소원 도입으로 고조됐던 양 기관의 갈등이 다시 부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전보성 형사수석부장)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 "헌재의 부작위(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처분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헌재의 재판 지연이 '부작위 처분'으로서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중앙지법 재판부 결정은 대법원 법원행정처 대응과는 별개지만, 재판소원 도입으로 인한 법원 내부의 반발이 불거져 나온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헌재와 대법원은 사법권의 최종 해석 권한을 두고 기능적 갈등을 반복해왔다.
올해 3월 시행된 재판소원 역시 1988년 헌재가 설립될 때부터 쟁점이 된 사안이다.
특히 헌재가 1997년 12월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재법 68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고 사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하며 파장이 일었다.
이후에도 헌재가 2022년 6월과 7월 두 차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며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 지난해 여당 주도로 '사법개혁' 국면이 펼쳐지면서 양 기관은 첨예하게 맞붙었다.
작년 10월 국회에서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각각 "법원 재판 역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어 헌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서민들이 '소송지옥'에 빠질 수 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올해 2월 설 연휴 무렵에도 헌재가 언론에 참고 자료를 배포해 재판소원 도입 근거를 조목조목 밝히자 대법원이 닷새 만에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해 공방이 격화되기도 했다.
결국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 주도로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됐고 양측은 대립각을 접고 재판소원 후속 조치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헌재가 재판소원 첫 심리 대상으로 대법원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심리불속행 기각 사건을 선택한 데 이어, 법원의 법률 해석을 따지는 사건을 잇달아 고르면서 법원 내부에선 "결국 4심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앙지법 한 재판부가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어조로 헌재를 겨냥한 것이다.
헌재가 올해 초 재판소원을 도입하며 내세운 "법원의 재판도 헌법적 통제 대상" 주장을 사실상 맞받아쳤다.
다만 개별 재판부 판단인 만큼 대법원과 헌재 모두 공식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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