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복수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6-17 23:31


복수





연극, 소설, 시,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동서양 고전은 복수(復讐)를 주제로 한 것이 많다. 복수가 그만큼 본능과 욕구를 담은 ‘인간적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지옥의 복수’나 모파상의 ‘복수’가 그런 예다. ‘47인의 낭인’은 17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복수이야기다. 주군을 잃은 사무라이들이 상대편 번주(藩主)의 목을 베 주군의 묘에 바치고 전원 할복한 실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연극, 소설, 영화로 꾸며졌고 3대 가부키의 하나로 한국의 춘향전처럼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고전이 되었다. 비장미가 돋보이는 홍콩 누아르도 복수가 빠져있었다면 싱거웠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복수극을 즐길까. 흔히 카타르시스로 설명된다. 카타르시스는 그리스어로 ‘배설’을 뜻한다. 인간은 이성으로 억제된 욕구를 배출해내려 한다는 것이다.



불행한 것은 복수가 과거나 예술세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9·11테러를 당한 뒤 복수의 수단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분쟁도 끝이 안보인다. 이성적으로 복수는 부정된다. 성서도 복수는 인간이 아닌, 신의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불교에는 복수, 용서라는 말 자체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적 언술이 복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복수를 신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논리는 여전하다.


한 유대계 미국인 여성이 아버지에게 총격을 가한 팔레스타인 테러범을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10년간 추적했다. 그러나 감옥에 있는 그를 찾은 뒤 용서하고 그의 가석방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의 반전이 일어났다. 얼마 전 그 이야기를 ‘복수-희망의 이야기’라는 책으로 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중동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최근에도 요르단 강변 제닌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이 난민들을 학살했다 해서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복수를 부정하는 종교가 복수극을 부르는 역설이 세상의 이치일까.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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