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장소 ㉕] 연탄불에 시를 굽는 꼼장어 골목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7-03 08:43

연탄불 향이 솔솔 피어올라 풍미를 더한 불맛

남은 양념에 빠지락빠지락 밥 볶아먹는 것이 정석

곰장어는 꼼장어라고 발음해야 더 맛깔스럽다

곰장어집 풍경


이상호


곰삭은 낙엽에서 청국장 냄새가 나면

스스로 허물 벗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고달프고 지친 하루를

벌거숭이 속살로 비비대면

서러움도 아픔도 쌈장에 싸여

한입에 어제로 넘어간다.

소주 몇 잔에 숯불처럼 달아오른

육덕 푸짐한 여자

축 늘어진 곰장어를 가위로 장둥장둥 자르며

그 인간, 바람을 피웠으면 들키지나 말지

연기가 맵다고 눈을 닦는다.

움찔하던 나도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옥죄던 넥타이 헐렁하게 풀고

김과장 이부장 거래처 박사장

석쇠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볶아대던

샌님 같은 남자,

고개를 떨구며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술잔을 비운다.

나도 영혼을 헹군다.


부전시장 꼼장어는 일차적으로 가게 앞 연탄화덕에 석쇠로 초벌구이를 한다. 


곰장어 하면 자갈치시장이 전국적으로 유명한데 어릴적부터 부산에서 자란 사람들은 곰장어 먹으러 부전시장에 더 많이 간다고 한다.

부전역 바로 옆이 부전시장인데 이 시장에는 예전부터 곰장어 식당이 모여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해 남부선을 타고 부전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와서 75m 정도 가면 부전시장 뒷편에 곰장어 골목이 나온다.


곰장어는 꼼장어라고 발음해야 더 맛깔스럽다.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하면 짜장면 맛이 안나는 원리와 같다.


꼼장어는 짚불구이가 유명하지만 부전시장 꼼장어는 일차적으로 가게 앞 연탄화덕에 석쇠로 초벌구이를 한다. 연탄불에 초벌구이 한 후 알루미늄 호일로 싼 양념 꼼장어를 가스불 위에 3분 정도 더 익히면 육즙에 배었던 연탄불 향이 솔솔 피어올라 풍미를 더한다.


꼼장어를 다 먹고 나면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먹는 것이 정석이다. 빠지락빠지락 밥알이 익어가며 누룽지가 되는 소리가 듣기만 해도 고소하다. 꼼장어 철판 볶음밥의 매력은 바로 이 누룽지에 있다. 누룽지는 숟가락 끝으로 박박 긁어먹는다.


꼼장어를 다 먹고 나면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먹는 것이 정석이다.


대구에는 안지랑 곱창 골목이 유명한데 부산에 가면 꼼장어(먹장어) 골목이 유명하다.  


꼼장어는 짚불구이부터 소금구이, 양념구이, 철판볶음까지 요리법도 다양하다. 부산에 왜 유독 꼼장어 음식이 발달했을까? 


꼼장어에는 과거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와 배고픈 시절의 아픔이 깃들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대거 국내에 들어와서 부산에 갖가지 공장을 차렸을 때 이야기다. 그중에는 각종 군수물자 공장...이를테면 시멘트공장, 밀공장도 있고, 정미공장도 있고, 철공장 항만 등이 있었는데 피혁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가죽공장이 많았다. 


그 당시 일본인들은 먹장어 껍데기를 벗겨서 가죽지갑, 벨트 등을 만드는 공장을 꽤 많이 운영했다. 그때는 먹장어 가죽만 쓰고 살은 버렸다. 다만 우리나라는 먹을 것이 귀해서 일본인이 내버린 먹장어 살코기를 가져다가 연탄불에 구워먹기 시작하면서 부산에 꼼장어 전문점이 많이 생겨났다.


영화 ‘자산어보’의 한 장면


손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보면 “장어(長漁)는 뱀처럼 머리를 잘라내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만큼 장어의 생명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장어는 경골어류 뱀장어목의 몸체가 긴 물고기다. 뱀장어, 갯장어, 붕장어가 모두 장어 종류다. 


회로 즐겨 먹는 아나고는 붕장어의 일본말이다. 일반적으로 바다 장어라고 하면 이 붕장어를 말한다. 붕장어의 속명(conger)은 그리스어 congros에서 유래했다. 구멍을 뚫는 고기란 뜻이다. 일본 이름 아나고(穴子) 역시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장어의 습성을 따서 붙여진 것이다.


먹장어를 흔히 ‘꼼장어’라 부른다. 껍질을 벗겨놔도 살아 꼼지락거리는 그 생태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껍질을 벗겨놓았지만 꼼장어의 생명력은 놀랍다. 거의 10시간 정도 살아 있다. 


그래서 뭇남성들이 정력과 양기를 회복하는 스태미너(Stamina) 음식으로 즐겨 찾는다. 대구에서 먹던 ‘냉동 꼼장어’ 맛과는 완전히 차별되든 기막힌 맛이다. 수족관에서 바로 잡아 껍질 벗겨 불판에 올린 꼼장어 구이. 이래서 다들 ‘부산 꼼장어’를 연호하는가 보다.


“껍질이 벗겨진 / 붉은 곰장어 / 소주와 함께 익는다. / 서럽고 구수한 냄새 / 어릴 적 고향 섬밭 / 짚불구이 곰장어 아련하네. // … // 양철집 넓은 마당 / 붉은 짚불, 막걸리통 / 왁짜하던 동리 어른들 그립네. // … // 그 때 짚불구이 어디 있을까? / 입 안 가득 상치와 마늘, 청량 풋고추 / 한 숟갈 양념장 퍼 넣어 보아도 / 그립고 서러운 마음 / 곰장어 맛만큼 깊어만 지네.” (조의홍의 시 ‘짚불 곰장어’ 부분)


아침에 일어나니 후지산이 불끈 솟아 올랐다.


가스시카 후쿠사이의 그림〈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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