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다락 형태 공간 더한 2층 구조…앉아서 노 저었을 것"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7-04 08:20

국립해양유산연구소, 1795년 '이충무공전서' 토대로 연구·분석


약 35m 길이 '대형 전투선'…내부 공간 확장 구조 새로 확인


1/30 크기로 제작한 모형, 부산 세계유산위서 공개…실물 재현 추진


통제영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모형통제영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모형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거북선으로 돌진해 먼저 크고 작은 총통들을 쏘아대어 왜적의 배를 모조리 불살라버리니…."


선조실록 1592년 6월 21일 기록은 충무공 이순신(1545∼1598)과 원균(1540∼1597)의 활약을 전하며 "왜적들은 발을 구르며 울부짖었다"고 설명한다.


그해 4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1558∼1600)가 이끄는 왜군이 부산을 침략하면서 시작된 임진왜란은 바다에서도 이어졌다.


그 속에서 귀선(龜船), 즉 거북선은 조선 수군에 큰 힘을 보탰다.


통제영 거북선 모형통제영 거북선 모형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북선은 판옥선을 중심으로 한 당시 수군의 전투 체계에 투입돼 적진을 휘저으며 화포를 쏘는 등 전략상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거북선의 실체는 기록으로만 남아 있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약 200년이 지나 정조(재위 1776∼1800)대인 1795년에 간행한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속 그림과 설명, 문헌 기록을 통해서다.


거북선의 정확한 구조와 운용 체계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연구에 따라 거북선을 2층 혹은 3층 구조로 복원하기도 했다.


전라좌수영 거북선 모형전라좌수영 거북선 모형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약 5년간의 연구·조사를 거쳐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된 두 거북선의 구조와 기능, 운영 체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거북선 '층수' 논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연구소는 '거북선 학술복원 보고서'를 통해 "'이충무공전서' 속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모두 2층 구조"라고 4일 밝혔다.


통제영은 조선시대에 경상·전라·충청 3도 수군을 총괄 지휘하던 수군 최고 지휘 기관이며, 전라좌수영은 전라좌도 연해의 수군 지휘와 방어를 맡았던 기관이다.


'이충무공전서 속 통제영 거북선 모습 '이충무공전서 속 통제영 거북선 모습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두 거북선은 자체 무게가 약 140.4t(톤)이며, 전체 길이는 꼬리를 포함해 35.27m(113척·1척은 31.22㎝ 적용)에 달하는 대형 전투선"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소는 내부 공간과 관련해서는 "2층 구조"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소는 "1층은 무기 보관과 군사들의 휴식, 2층은 노를 젓고 화포를 쏘는 참전 공간과 다락 형태의 상포판(上鋪板)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상포판의 경우, 두 거북선이 서로 다른 용도로 썼다는 게 연구소 측 판단이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통제영 거북선의 화포, 격군 등 내부 모습을 표현한 그림 연구 결과를 토대로 통제영 거북선의 화포, 격군 등 내부 모습을 표현한 그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통제영 거북선은 돛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외부를 관측하는 공간으로 각각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를 표현한 그림도 첨부했다.


바다 위 거북선에서는 어떻게 노를 저었을까.


연구소는 "거북선의 거대한 규모와 전투 시 폐쇄성을 고려하면 서서 노를 젓는 방식은 구조적 제약이 컸을 것"이라며 앉아서 노를 저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1763년 일본 오사카항에 정박한 조선통신사 '정사기선'을 묘사한 그림, 앞뒤로 앉는 형태의 노가 확인된 대동강 환목선 사례 등도 고려한 결과다.


'이충무공전서' 속 전라좌수영 거북선'이충무공전서' 속 전라좌수영 거북선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체 내부 공간을 확장하는 구조도 새롭게 확인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거북선 도설을 분석한 결과, 선미 부분에서 1∼2개의 방패판을 추가로 확인했다"며 "공간을 확보해 (노를 젓는) 격군과 화포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두 거북선의 구조와 차이도 상세하게 다뤘다.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된 두 거북선은 노의 개수, 용머리 형태 등이 다르다.


연구소는 "통제영 거북선은 돛을 달아 돛대를 눕히거나 세우는 방식으로, 신속한 전환이 가능해 의장용과 전투용 모두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라좌수영 거북선 내부 모습을 설명한 그림 전라좌수영 거북선 내부 모습을 설명한 그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돛대가 없고 노가 중심이 되는 구조다.


연구소 측은 "기존에 출입구로 추정되던 개판(蓋板·지붕) 양 옆면의 구조물은 외부 관측과 전투 지휘를 위한 '관측장'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30여년간 수중고고학과 전통 선박을 연구하며 조선통신사선을 비롯한 여러 고선박을 복원·재현한 홍순재 학예연구사가 이끌었다.


홍 연구사는 "거북선 복원을 외형만 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실제 구조를 분석하고 운용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홍순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소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3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거북선 모형도 제작했다.


모형은 이달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7월 19∼29일)에 맞춰 한국의 유산을 홍보하는 '대한민국관'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거북선 실물을 재현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거북선은 박제된 신화가 아니라 끊임없이 해석되어야 할 살아있는 역사"라며 "거북선을 더 단단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학술 시도의 기폭제"가 되길 바랐다.


보고서는 연구소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보고서 사진보고서 사진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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