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도심 가운데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카페
작은 정원이 있는 한옥이 도심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보존이 잘된 옛날 가옥이다. 제법 부유했을 상인이나 일제시대 관사로 쓰던 집으로 짐작되는 전통 한옥으로, 규모는 작으나 관리 수준이 꽤 남다르다.
담벼락을 감고 오른 능소화가 활짝 피었다. 그 향기와 빛깔은 샤넬이나 어떤 명품 향수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감미롭다. 자그마한 나무대문을 지나 돌다리를 밟고 들어가면 천정과 대들보와 창유리에 새겨진 세월의 향기가 예사롭지 않다.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만들었다. 본채 외에 별채가 두 곳 있다. 둘이나 네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별채 방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본다.
본채는 전통 한옥이지만 창유리에는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 문양이 새겨져 있다. 정원으로 들어오는 나무대문 옆에는 작은 우체통이 하나 서 있다. 우체통도 누구에겐가는 집이다. 어디선가 날아든 박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깔지도 모른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간절곶의 명물인 소망우체통
우체통에서 태어난 작은 새들이 아침마다 지저귀며 먼데서 오는 편지처럼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와 더불어 그리운 이의 소식을 반갑게 전해줄 날이 올 것이다. 새가 우짖는 소리는 꽃향기 보다 더 향그롭다.
책 읽는 일이 예전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집중도가 많이 떨어져 몇 단락 안가서 문장을 놓친다. 그래도 아직은 책을 놓고 싶지 않다. 시집이든 어떤 책이든 하루에 한 권 이상은 읽기로 한다. 하루에 한책읽기 결심한 첫 날부터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로 시작한다. 출발부터 쏙쏙 한눈에 빨려들어 오는 보통의 문장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행의 기술’ 첫 페이지에서 인용)
“여행은 문과 같다. 우리는 이 문을 통해 현실에서 나와 꿈처럼 보이는 다른 현실, 우리가 아직 탐험하지 않은 다른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것이다.” – 소설가, 기 드 모파상
여행은 문과 같다
저 문을 열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렇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중에서)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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