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소개팅·동성 로맨스…갈수록 파격적인 연애 예능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04 17:57

돌발 상황 관찰 '연애실험실'·성별 뛰어넘은 '스탠바이미'


"차별화 위한 획기적 시도 늘어…자극적·선정적 경쟁 우려"


'연애실험실' 장면'연애실험실' 장면 [JTBC 유튜브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처음 만나는 남녀의 소개팅 장소가 다름 아닌 침대다. 두 사람이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 역시 민낯에 잠옷 차림으로 마주하는 침대 위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실험실'의 한 장면이다. 설레는 로맨스를 기대하며 영상을 튼 패널들은 "으악! 이거 19세(이상 시청가)야?"를 외치며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웨이브의 '스탠바이미'에서도 두 남성이 한 침대에 눕는 장면이 방송됐다.


성별에 상관없이 마음이 끌리는 상대를 찾는 '젠더 블라인드' 예능을 내세운 이 프로그램에선 남녀가 같은 방을 쓰고,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성별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첫인상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남성 출연자는 '시크릿 룸'에 함께 들어갈 상대로 또 다른 남성을 선택한다. 두 사람은 와인을 곁들인 긴 대화 후 같은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바로 호감이 생겨버렸다"고 고백한다.


'남의 연애'를 관찰하는 연애 예능은 어느새 방송계의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일반인 출연자를 내세운 짝짓기 예능은 비교적 적은 제작비에도 수백억 원 규모의 대작과 비견될만한 화제성을 낳는 가성비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최근 방송계에는 연애 예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만 '연애실험실', '스탠바이미'를 비롯해 JTBC '연애전쟁', SBS '합숙맞선2'까지 네 편이 나왔고, 오는 7일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2'도 공개된다.


'환승연애', '연애남매'에 이어 신작 '연애실험실'을 선보인 이진주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연애 예능의 춘추전국시대"라며 "누가 가장 매력적인 신제품을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방송 관계자 역시 "비슷한 형태의 연애 예능이 계속되는 만큼 프로그램마다 차별화를 위한 획기적인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바이미' 일부 장면'스탠바이미' 일부 장면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은 최근 연애 예능의 변화를 불렀다.


단순히 누가 최종 커플이 되는지보다 사랑에 빠지고 갈등에 부딪히며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출연자와 시청자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특수한 환경을 설정하는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연애실험실'은 침대 위, 고립된 산장 등 일상과 동떨어진 상황을 제시한다. 기존처럼 여러 남녀가 최종 선택이라는 하나의 결말로 나아가는 대신 다양한 출연자가 참여하는 네 가지 주제를 짧은 호흡의 옴니버스 형태로 다룬다.


유튜브 채널 '때때때'의 '세상에서 가장 긴 - 72시간 소개팅'과 '룩백'의 '포포: 죽어도 사랑해'는 각각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낯선 여행지에서 함께하는 72시간, 지구 멸망 나흘 전이라는 설정 속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감정을 그린다.


연애 과정의 고민을 듣는 예능도 등장했다. '연애전쟁'은 가수 이효리와 김희철, 방송인 서장훈이 이별 직전에 놓인 커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제삼자의 시각에서 결론을 낸다. 연애 고수를 자처하는 이효리와 '이혼숙려캠프',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 상담 예능을 두루 거친 독설가 서장훈이 "(스킨십) 안 해 줄 거면 건들지도 마!", "그럴 거면 헤어져" 같은 직설적인 매운맛 상담도 한다.


다만 업계에선 연애 예능이 '레드 오션'에 접어들면서 자극과 선정성을 추구하다 과당경쟁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이 이제 식상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나오다 보니 제작진이 신선함을 위해 새로운 코드를 집어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경쟁이 자칫 자극성과 선정성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도 우려된다. 프로그램 윤리를 위한 제작진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도 "연애 리얼리티에서 모태 솔로, 이혼, 재혼 등 대부분의 소재를 활용하다 보니 동성 로맨스나 무속인의 로맨스처럼 한 끗 차이를 주기 위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차별화 자체에만 천착하다 선을 넘지 않기 위해 각별히 주의 중"이라고 했다.


'솔로지옥' 시즌6'솔로지옥' 시즌6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반인 출연자들을 내세우는 방식도 '양날의 검'이다. 새로운 얼굴의 예상치 못한 매력이 신선함을 주는 반면, 사생활 논란 등 출연자 검증 문제도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연애 예능이 유명세를 위한 '홍보의 장'으로 변질했다는 지적도 피할 순 없다.


실제로 프로그램 종영 전후 출연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고·협찬·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일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게다가 '솔로지옥',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등이 낳은 화제의 출연자들이 배우나 방송인으로 나서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연애 예능이 스타 등용문으로 이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 평론가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청자들의 반발은 커지고, 관심도 자연스럽게 식을 수밖에 없다"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작진의 관리가 필요하지만, 시청률 경쟁 속에선 이를 지키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연애 예능 전성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솔로지옥'은 "더욱 핫해지겠다"며 일찌감치 시즌6 제작을 발표했고,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는 '연애남매'도 올 하반기 시즌2 공개를 예고했다. 엠넷은 '쇼미더머니' 출신 래퍼들과 여성들이 단 하루 간 로맨스를 펼치는 '래퍼 여친 구함'(가제)을 제작해 연애 예능 경쟁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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