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국 최상위 매출 점포였는데…파리만 날리는 홈플러스 매장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05 16:02

10여명 손님·짐싸는 업체, 사실상 개점휴업…상품 다 빠져 육류 매대에 프라이팬 진열


직원 "어찌 될지 들은바 없어 불안…노조 "지난달 월급 미지급, 정부 개입 절실"


텅빈 홈플러스 대전 유성점텅빈 홈플러스 대전 유성점 5일 찾은 홈플러스 대전유성점 육류 판매 매대에는 고기 대신 후라이팬이 진열돼있다. [촬영 이주형]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착한 가격 홈플러스, 내 두손 가득히, 내 마음에 가득히 해피 플러스."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첫 주말을 맞은 5일 오후 홈플러스 대전유성점은 경쾌하게 울리는 음악이 무색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대전유성점은 지난 2022년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한 뒤 지난해까지 전국 최상위권 실적을 내는 알짜 점포였다.


합리적인 가격의 치킨과 간식 등은 물론 일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신선·조리식품, 제과점 등을 내걸며 인기몰이했다.


평소 같았으면 일요일 점심 시간대를 맞아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가득 찼을 매장에는 고작 세 가족만이 휑한 매장을 전세 낸 듯 돌아다녔다.


판매상품 매대 곳곳에는 '정상 영업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가득했던 상품은 이미 매대에서 빠져버린 지 오래다.


채소, 고기, 생선 등 신선식품을 진열했던 매대는 상품들이 종적을 감춘 대신, 유통기한이 넉넉한 통조림 등 가공식품이나 집기류가 채워졌다.


활어와 해산물을 취급하던 생선 매대는 쥐포로 간신히 구색을 갖췄고, 국산·수입산 할 것이 다양했던 육류 매대에는 냉장 보관이 필요 없는 프라이팬과 머그잔 등만 가득 진열됐다.


주말에도 파리 날리는 홈플러스주말에도 파리 날리는 홈플러스 5일 오후 찾은 홈플러스 대전 유성점이 영업 중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촬영 이주형]


이날 매장을 찾은 한 30대 손님은 "유성점 근처에서 자취해 평소 걸어와서 쇼핑도 하고, 한 끼 식삿거리도 사서 퇴근할 수 있어 좋았는데 이렇게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혼자서 자리를 지키던 한 직원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고기도 진공 포장육만 남았고 여기 진열된 게 전부"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평소 손님들에게 목청껏 고기를 권했다는 그는 "이것만 다 팔면 더 이상 고기를 받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직 들은 바가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마트 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직원들은 지난달 21일 받아야 했던 6월 임금을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의류, 잡화 등 유성점에 입점했던 업체도 일부는 이미 철수해 버려 가게는 공실로 남은 상태다.


남은 업체 관계자들도 손님 하나 없는 매장에 우두커니 앉아 심란한 표정을 짓거나 어딘가로 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말에도 파리 날리는 홈플러스주말에도 파리 날리는 홈플러스 5일 오후 찾은 홈플러스 대전 유성점이 영업 중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촬영 이주형]


한 입점 의류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에서 정확히 공지해주지는 않았지만, 듣기로는 2주 안에 자금 조달하는 게 불가능해 청산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브랜드는 다른 곳으로 들어갈 곳이 없어서 정장복 라인은 철수하고, 일부 평상복 라인만 지역 한 아웃렛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홈플러스가 끝내 청산될 경우 직원 1만 2천명과 주차관리, 청소 등 간접 고용 인원 1천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매출의 상당 부분을 홈플러스에 의존해 온 중소 협력사들도 연쇄 도산할 우려가 나온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막대한 실업자 양산과 지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남은 기간 회생 방안 마련 등에 정부의 개입이 절실하다. 전체 조합원 상경 등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공중분해' 뒤 부동산 매각 수순 밟나…운명 가를 2주홈플러스, '공중분해' 뒤 부동산 매각 수순 밟나…운명 가를 2주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모습.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결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할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14일 안에 2천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못할 경우 법원의 결정은 확정돼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대신 공중분해 후 매각이라는 시나리오를 밟게 된다. 2026.7.5 ond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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