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17)》 개화 ,이호우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7-06 06:02


■《명시 산책(17)》개화 ,이호우

개화(開花)
―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ㅡ◇ㅡ◇ㅡ◇ㅡ◇ㅡ◇ㅡ◇

이 시는 꽃이 피어나는 아주 짧은 순간을 포착하여 생명의 탄생과 완성의 신비를 노래한 작품이다.

첫 구절의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은 꽃잎이 서서히 펼쳐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데 시인은 단순히 꽃이 피는 현상으로 보지 않고,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라고 표현한다. 작은 꽃 한 송이의 개화가 마치 우주와 하늘이 열리는 장엄한 사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어지는 구절에서는 마지막 꽃잎 하나가 펼쳐지기 직전의 순간을 묘사한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꽃이 완전히 피기 전의 긴장감과 설렘이 담겨 있습니다. 생명이 완성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라고 하여 자연 전체가 숨을 죽인 채 그 신비로운 순간을 지켜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시인 또한 경건한 마음으로 꽃의 개화를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

이 시는 꽃 한 송이의 개화를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과 우주의 신비를 보여 주는 명작입니다. 우리는 흔히 꽃이 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시인은 그 순간을 "하늘이 열리는 순간"으로 승화 시켰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시는 작은 생명 하나에도 깊은 의미와 아름다움이 숨어 있음을 일깨워 준다. 꽃이 피는 순간을 바라보는 시인의 경건한 자세는, 우리 역시 세상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바라볼 줄 알아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우리도 살면서 어떤 깨달음이나 성숙의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그 순간 또한 시인의 표현처럼 "한 하늘이 열리는 순간" 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 시는 "꽃의 탄생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노래한 경건한 찬가" 라 할 수 있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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