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 '밤 운동' 일상…러닝 크루도 테니스도 늦은 모임
밤마다 붐비는 대구 신천둔치·헬스장…생활체육도 '야행성'
대구 신천 둔치에서 운동하는 시민들 sunhyung@yna.co.kr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여름 운동은 밤에 하는 겁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낮 시간대 야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밤에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시민이 크게 늘고 있다.
해가 진 뒤 대구 신천 둔치와 대학 테니스장 등은 러닝과 산책,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고 실내 헬스장도 퇴근길 이용객들로 붐비는 등 생활체육 풍경도 달라졌다.
러닝 크루와 각종 생활체육 동호회도 모임 시간을 잇달아 늦추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시민들의 일상과 운동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8시께, 대구 수성구 신천 둔치.
낮 동안 뜨거운 열기를 내뿜던 산책로는 해가 기울자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었다.
러닝을 하는 시민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고 가족 단위 산책객들이 강변을 따라 걸었다.
맨손 체조 운동을 마친 이들은 연신 물병을 비우며 더위를 식혔다.
신천 둔치 놀이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밤이 깊었는데도 유아와 초등학생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부모들은 벤치에 앉아 손 선풍기 바람을 쐬며 아이들을 지켜봤다.
한낮에는 뜨거운 햇볕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야외 활동이 저녁 시간대로 옮겨온 것이다.
체육시설도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혔다.
같은 날 오후 8시 30분께 한 대학교 테니스장에는 조명이 켜진 코트마다 테니스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 찼다.
공이 라켓에 맞는 경쾌한 소리와 이용객들의 함성이 밤공기를 메웠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경기로 테니스장은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뤘다.
이용객 박모(36) 씨는 "낮에는 코트에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혀 운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요즘은 저녁을 먹고 나와 밤늦게 운동하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폭염이 시작된 이후 저녁 시간대 이용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낮에는 한산하지만 해가 지면 대부분 코트가 예약으로 꽉 찬다"고 전했다.
저녁 시간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주민들 sunhyung@yna.co.kr
실내 운동시설도 더위를 피하려는 이용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 저녁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서는 러닝머신마다 주민이 빼곡히 들어섰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에서 걷거나 뛰며 운동하는 주민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퇴근 후 헬스장을 찾은 한 50대 직장인은 "퇴근길도 너무 더워 밖에서 운동은 엄두가 안 난다"며 "실내에서 운동하려고 헬스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산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알파짐 김경열(41) 대표는 "폭염이 시작된 뒤 신규 회원 등록은 평소보다 30% 정도 늘었다"면서도 "휴가철이 겹친 데다 집에서 헬스장까지 오는 길이 너무 덥다 보니 등록만 하고 실제로는 잘 나오지 않는 회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외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폭염에 실내 운동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는 확실히 늘었다"며 "특히 저녁 시간대 이용객이 예년보다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야간 시간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이용객들 [경산 알파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폭염은 생활체육 문화도 바꾸고 있다.
러닝 크루는 평소보다 모임 시간을 잇달아 늦추고, 테니스와 풋살, 사회인 동호회도 경기 시간을 밤으로 옮기고 있다.
대구지역 한 러닝 크루 동호인 김모(40) 씨는 "예전에는 오후 7시에 모였지만 지금은 오후 8시 30분이나 9시 이후에 출발한다"며 "낮에는 물론 해가 진 직후에도 너무 더워 회원들이 늦은 시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록을 내기보다 안전하게 뛰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지방기상청 관계자는 "한낮 야외 운동을 가급적 피하고, 비교적 기온이 낮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하더라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대 대구 신천 둔치에서 운동하는 시민들 sunhyung@yna.co.kr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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