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계엄' 반란수괴 적용 불가 근거는…"1980년 5·17 내란 판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05 07:03

'기소 어렵다' 판단한 종합특검…최근 내란특검에 돌연 의견 물어


내란특검 "대통령 명령·승인 있었다면 군통수권에 대한 반항 아냐"


조은석 내란특검(왼쪽)과 권창영 종합특검조은석 내란특검(왼쪽)과 권창영 종합특검 [촬영 김성민 박동주]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군형법상 반란죄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조은석 내란특검팀에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언론브리핑에서 12·3 계엄에 반란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수사 기간 종료를 목전에 두고 돌연 내란특검팀의 의견을 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을 내란 혐의로 기소한 내란특검팀은 반란죄 적용이 어렵다는 기존의 판단을 견지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팀은 지난주 내란특검팀에 12·3 비상계엄 사건에 군형법상 반란죄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종합특검팀은 개정 특검법에 따른 절차라는 형식을 취했다.


지난달 개정된 종합특검법은 기존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처분이나 법률적 판단을 뒤집으려는 경우 해당 특검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내란특검팀은 의견을 주는 대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협의하자는 것인지 명료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반란죄 적용 여부에 대한 종합특검의 자체 판단이 적시되지 않은 만큼 내란특검도 관련 의견을 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앞서 내란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관련자들을 내란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군형법상 반란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내란특검팀은 대법원이 1997년 확정한 5·17 군사반란·내란 사건 판결을 근거로 반란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원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이나 승인 없이 병력을 동원해 국무회의장과 국회를 점거한 행위에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행위인 내란죄와 반란죄가 모두 성립한다고 봤다.


반면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육군참모총장 등 군 지휘계통의 명령이나 사후 승인이 있었던 학생·정치인 체포와 주요 보안 목표 병력 배치,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 가택 봉쇄, 광주 시위 진압 등은 내란죄가 적용될지언정 반란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명령이나 승인에 따라 이뤄졌다면 군 지휘·통수권에 반항하거나 그 체계에서 이탈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내란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의 국회 출동과 정치인 체포 시도 등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지시 아래 이뤄진 만큼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본다.


권창영 특검 현판식권창영 특검 현판식 (과천=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윤석열ㆍ김건희에 의한 내란ㆍ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 현판식이 열린 25일 과천 특검 사무실 앞에 걸린 특검 현판. 2026.2.25 jjaeck9@yna.co.kr


종합특검팀은 지난 2월 출범 직후부터 12·3 비상계엄에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특검팀 출범 당일 김경호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군형법상 반란 혐의로 특검팀에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이라는 명분 아래 친위 군사 쿠데타를 기획하고 무장 군인들을 동원해 국헌을 문란하게 한 '반란 수괴'"라고 주장했다.


군형법상 반란 우두머리(수괴)죄의 법정형은 사형 하나밖에 없다. 사형과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등 판사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선택할 수 있는 형법상 내란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되는 셈이다.


종합특검팀도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이 계엄군과 공모해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병력 등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한 만큼, 반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 6월에는 윤 전 대통령을 반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개월의 수사 끝에 종합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반란 혐의 피의자들을 모두 재판에 넘기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달 브리핑에서 "반란죄는 법리가 난해해 기소까지 이어가기 어렵다"며 "내부 논의 결과 기소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고, 기소하더라도 공소 기각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종합특검팀이 출범 초기 반란죄 수사에 집중하면서 한정된 수사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이미 반란죄 적용 불가로 결론 내린 종합특검팀이 수사 종료를 앞두고 갑자기 내란특검팀에 관련 의견을 조회한 데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을 엄벌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시작한 수사를 성과 없이 접어야 하는 상황에 나름의 명분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내란특검팀과 마찬가지로 반란죄 적용이 어렵다고 결론 낸 상황에서 굳이 별도로 의견을 물을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며 "수사 종료 시 대외적인 발표를 염두에 두고 내란특검팀의 의견도 고려했다는 식의 '물타기'를 의도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불기소로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종 법적 처분을 앞두고 내란특검팀의 의견까지 더해 그 정당성을 더 탄탄하게 다지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특검은 법에 정해진 6개월간의 여정을 뒤로하고 오는 23일 수사를 종료할 예정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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