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폭락장에서 다시 생각하는 투자의 자세
주식시장은 언제나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최근 우리 증시는 코스피 5,000선을 돌파한 뒤 10,000 시대를 이야기할 만큼 뜨거운 기대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시장은 오래 흥분을 허락하지 않았다. 급등했던 지수는 큰 폭으로 밀려났고, 곳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뉴스에서는 연일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이냐"고 고개를 갸웃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할 때 시장의 과열된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현물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를 잠시 멈추게 하는 안전장치다. 자동차의 브레이크처럼 시장에도 과속을 막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도 투자자의 탐욕과 공포까지 대신 막아 줄 수는 없다.
이번 급락 과정에서는 일부 고위험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버리지는 수익이 커질 수도 있지만 손실 또한 몇 배로 확대될 수 있는 상품이다. 오르막에서는 날개를 단 것 같지만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속담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급격한 상승 뒤에는 그만큼 큰 조정이 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투자의 달인이 된 듯하지만, 진정한 실력은 하락장에서 드러난다.
주식은 도박이 아니다. 기업의 미래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함께 가는 투자다. 그러나 단기간의 시세 차익만 좇기 시작하면 투자는 어느새 투기로 변질된다.
남들이 사니까 사고, 오른다니까 따라가는 '묻지마 투자'는 결국 시장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랜 버핏은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하라."고 말했다. 이는 무작정 역행하라는 뜻이 아니라,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한 판단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투자에는 왕도가 없다.
첫째, 자신의 형편에 맞는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둘째, 빚을 내어 무리하게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
넷째, 단기 시세보다 기업의 가치를 먼저 살펴야 한다.
다섯째, 오를 때도 겸손하고 내릴 때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장은 늘 오르기만 하지도, 내리기만 하지도 않는다. 폭락은 아프지만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긴 겨울을 견딘 나무가 더욱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듯, 어려운 장세를 경험한 투자자는 비로소 시장을 보는 안목을 얻게 된다.
주식시장은 인간의 욕망이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 숫자를 읽는 능력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탐욕을 절제하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만이 긴 시간 시장과 함께 걸어갈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투자의 비결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평범한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인내에 있다.
시장은 조급한 사람의 돈을 인내하는 사람에게 옮겨 주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 폭락장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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