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엿한 젊고 잘 생긴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 나의 첫사랑
부끄러움 없이 짐승처럼 나만을 사랑해 주는 여자
누구나 세상에 처음 도착한 장소,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소,
가장 늦게 떠나는 장소가 어머니다
첫사랑
허의행
1
첫사랑의 여자가 있었다 짐승처럼 나만을 사랑해 주었다 어엿한 젊고 잘 생긴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 나의 첫사랑 여자는 부끄러움도 없었다
남편이 밤낮으로 사랑해주는데도 서툴고 미숙했던 내가 해주는 사랑을 남편의 능숙한 사랑보다 더 좋아했으며 순수한 사랑이라고 했다
남편과의 사랑은 껍질만 남아 있다고 속삭였다 남편이 죽으면 따라서 죽을 수는 없어도 내가 죽으면 따라서 죽는다고 약속했었다
2
첫사랑 여자와 입도 맞추었고 옷을 헤집고 젖도 만지고 밤새도록 안아주어야 잠을 잤다 한 때는 첫사랑 여자가 없으면 나도 죽는다고 다짐했었다
첫사랑 여자보다 젊고 예쁜 여자의 매력을 느낄 줄 알면서부터 나는 첫사랑 여자를 미워했으며 젊고 예쁜 여자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보기도 싫게 늙어만 가는 첫사랑 여자는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나에게 끝까지 집착했었다 그 여자가 첫사랑의 여자 나의 어머니! 어머니이시다!
오스트리아의 상징주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대표작 중 하나인《여성의 세시기(The Three Ages of Woman)》중 엄마와 어린아이 부분을 확대한 세부 컷이다.
첫 행부터 이 시는 매우 선정적이다. “짐승처럼 나만을 사랑해 주”는 첫사랑, “어엿한 젊고 잘 생긴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 나의 첫사랑 여자는 부끄러움도 없었다”라고 말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극도로 자극한다.
“옷을 헤집고 젖도 만지고 밤새도록 안아주어야 잠을 잤다”라고 표현한 부분에 가서는 성과 욕망의 대상뿐인 여자의 젖가슴을 상상하면서 얼굴이 화끈 붉어졌으리라.
보다시피 이 시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특징이다. 모성애의 숭고함을 노래한 시는 많이 있지만, 이 시처럼 마지막 반전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감동을 획득한 경우는 드물다.
“첫사랑의 여자”가 “어머니”라는 반전, 여기까지 독자들을 데리고 오는 과정이 재미가 넘친다. 마지막 반전을 숨기고 최대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게 요령이라면 요령이요. 반전을 통해 깊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뒤집기의 솜씨가 놀랍다.
이 시의 특징은 독자를 의도적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유부녀와의 은밀한 사랑처럼 시작된 이야기는 마지막 행에서 “그 여자가 첫사랑의 여자, 나의 어머니”라는 고백으로 뒤집히는 이 반전은 독자를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랑의 원형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다.
이 시에서 어머니는 사람이기 전에 하나의 장소다. 누구나 세상에 처음 도착한 장소,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소이며, 가장 늦게 떠나는 장소다. 우리는 그곳에서 젖을 먹고 체온을 배우고 언어보다 먼저 사랑을 익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현대 구상 회화 작가인 아만다 월(Amanda Wall)의 유화 작품
첫사랑은 대개 잊힌다고 말하지만, 어머니라는 첫사랑은 잊히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랑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잠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시 속 화자가 젊고 예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듯, 우리도 살아가는 동안 첫사랑의 장소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그러나 장소는 사람을 떠나지 않는다. 늙고 병든 어머니가 끝까지 아들을 붙잡듯, 유년의 골목과 오래된 부엌, 아랫목과 장독대, 어머니의 품은 끝내 우리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이 장소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가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를 읽고 나면 첫사랑은 한 여자가 아니라, 다시는 돌아갈 수 없지만 평생 그리워하는 어머니라는 장소였음을 깨닫게 된다. 생애 최초의 집이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주소는 나의 어머니! 어머니이시다!
배창호 감독 영화《길》의 한 장면
오늘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과 일부 전라권을 중심으로 최고기온이 39도 안팎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겠다.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역에서는 체감온도가 매우 높게 형성될 수 있으므로,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겠으니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겠다.
이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제작되었습니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