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 2026 US오픈 테니스대회가 미국 뉴욕에서 막을 올렸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에 이어 열리는 시즌 네 번째이자 마지막 그랜드슬램이다.
올해 대회는 8월 23일부터 9월 13일까지 미국 뉴욕 퀸스의 USTA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펼쳐진다. 다만 남녀 단식 본선은 8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진행된다.
뉴욕의 명물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US오픈은 다른 메이저와 달리 야간 경기와 관중의 열기가 특히 강하다.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의 분위기와 테니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대회다.
시너가 빠진 남자 단식, 알카라스에게 길이 열리나
당초 남자 단식의 최대 관심사는 또다시 야니크 시너와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세계 1위 시너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US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2024년 US오픈 챔피언이자 지난해 알카라스와 결승에서 맞붙었던 시너의 불참은 대진 판도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역시 카를로스 알카라스다.
2022년과 2025년 US오픈을 제패한 알카라스는 올해 손목 부상으로 4월 이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복귀한다. 23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시너가 빠진 뉴욕에서 세 번째 US오픈 우승을 노린다.
다만 4개월의 공백이 변수다. 아무리 천재적인 선수라 해도 메이저 7연승을 위해서는 실전 감각과 체력이 필요하다.
우승 후보를 꼽는다면 알카라스를 1순위로 보고 싶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선수가 알렉산더 츠베레프다. 프랑스오픈 챔피언이 된 츠베레프는 시너의 불참으로 남자 단식 톱시드가 됐다. US오픈에서는 2020년 결승까지 올랐던 경험도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노박 조코비치다.
39세의 조코비치는 여전히 살아 있다. 통산 24회 메이저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그는 올해 호주오픈 결승, 윔블던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메이저 우승은 2023년 US오픈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미국의 테일러 프리츠와 벤 셸턴,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 호주의 알렉스 드 미노, 체코의 신예 야쿠프 멘시크도 복병으로 꼽을 만하다.
남자 우승 예상
① 알카라스 ② 조코비치 ③ 츠베레프 ④ 프리츠·메드베데프
다만 알카라스에게는 '부상 복귀'라는 물음표가 붙는다. 이 물음표 하나 때문에 올해 남자 단식은 최근 몇 년보다 훨씬 열린 대회가 됐다.
여자 단식은 '3연패'에 도전하는 사발렌카
여자 단식의 중심에는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가 있다.
현재 세계 1위인 사발렌카는 US오픈 2연패를 달성했고, 올해는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세리나 윌리엄스 이후 처음으로 US오픈 여자단식 3연패를 달성하는 선수가 된다.
하지만 그녀 앞에는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호주의 엘레나 리바키나는 강력한 서브와 묵직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사발렌카를 위협한다. 폴란드의 이가 시비옹테크 역시 메이저 무대 경험과 안정된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그리고 미국 테니스의 희망 코코 고프가 무섭게 살아났다.
고프는 바로 어제 끝난 신시내티오픈에서 제시카 페굴라를 꺾고 우승했다. 특히 지난해 흔들렸던 서브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US오픈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제시카 페굴라, 아만다 아니시모바, 매디슨 키스, 미라 안드레예바 등도 우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여자 우승 예상
① 사발렌카 ② 고프 ③ 리바키나 ④ 시비옹테크
여자 테니스는 남자보다 변수가 많다. 한두 경기에서 서브가 흔들리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톱시드도 순식간에 탈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US오픈에는 '전설'이 다시 등장한다
올해 US오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현역 스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름이 세리나 윌리엄스다.
2022년 이후 US오픈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세리나가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혼합복식 파트너로 뉴욕 코트에 돌아온다. 23회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을 차지한 세리나와 현역 최정상급 스타 알카라스의 조합 자체가 하나의 흥행 카드다.
여기에 비너스 윌리엄스도 여자 단식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한다. 올해 46세인 비너스는 US오픈 2회 우승, 메이저 7회 우승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또한 은퇴를 앞둔 프랑스의 가엘 몽피스도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일본의 전 US오픈 결승 진출자 니시코리 게이도 예선 와일드카드를 받아 뉴욕에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팬위크에는 더 놀라운 장면이 준비돼 있다.
로저 페더러, 안드레 아가시, 존 매켄로, 앤디 로딕 등 테니스의 전설들이 뉴욕에 모인다. 경기장에서는 세대가 다른 테니스 스타들이 한 무대에 서며 팬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상금도 역대 최고
올해 US오픈의 총 선수 보상 규모는 무려 1억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500억 원대에 이르는 규모다. 테니스 역사상 최대다. 지난해 9,000만 달러보다 20% 증가했다.
특히 남녀 단식 상금은 똑같다.
단식 성적
1인 상금 우승 550만 달러
예선에서도 1회전 탈락 선수에게 3만2천 달러, 2회전 4만8천 달러, 최종예선 6만6천 달러가 지급된다.
한국 선수들은 누가 참가하는가?
우리나라 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권순우와 홍성찬 외 구 모 선수의 도전이다.
권순우는 현재 세계랭킹 150위권으로, 본선 자동 출전 기준에는 들지 못해 예선부터 본선 진출을 노린다. 8월 25일 예선에서 두산 라요비치와 맞붙는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권순우가 2승 무패다.
권순우는 2021년 세계랭킹 52위까지 올라갔으며 ATP 투어 단식 우승 2회를 기록한 한국 테니스의 대표 주자다. 특히 하드코트에 강점이 있어 US오픈 예선에서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홍성찬도 예선에 출전한다. 8월 25일 예선 1회전에서 조지아의 니콜로즈 바실라시빌리와 맞붙는다.
또 하나의 화제 ― '혼합복식이 메인 이벤트가 되다'
세리나-알카라스 조뿐 아니라 조코비치-사발렌카 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혼합복식에 출전한다. 대회는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이것은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테니스도 이제 경기력만으로 관중을 모으는 시대에서 벗어나 스타와 스토리, 세대교체와 팬 참여를 결합하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메이저, 그래서 더 뜨겁다.
2026 US오픈은 단순히 올해 마지막 그랜드슬램이라는 의미만 갖지 않는다.
시너의 부상 이탈, 알카라스의 복귀, 조코비치의 도전, 사발렌카의 3연패 도전, 고프의 상승세, 세리나와 비너스의 귀환, 그리고 한국 선수들의 예선 도전.
여기에 역대 최대인 1억800만 달러의 상금까지 더해졌다.
테니스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뉴욕의 밤, 환호하는 관중 앞에서 마지막 공이 코트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2026년 마지막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필자의 한 표는 남자 카를로스 알카라스, 여자 아리나 사발렌카에게 건다.
그러나 US오픈에서는 늘 '예상 밖의 주인공'이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뉴욕이 품은 마지막 메이저의 매력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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