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전문 책방 ‘산아래 詩’가 마련하는 ‘산아래서 詩 누리기’ 60번째 문학 행사 웹포스터경북 청도 출신의 사윤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시인동네)를 들고 독자들과 만난다.
시집 전문 책방 ‘산아래 詩’가 마련하는 ‘산아래서 詩 누리기’ 60번째 행사가 오는 9월 10일 오후 6시 대구 달서구 ‘산아래 詩 수목원산책’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사윤수 시인을 초청해 박상봉 시인이 대담을 진행하고, 곽미숙·모현숙·백지은·서정희·이아침 시인이 시낭송으로 함께한다.
사윤수 시인은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첫 시집 『파온』과 두 번째 시집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을 통해 세계의 균열과 그 속을 살아가는 존재의 불안, 상처와 슬픔을 자신만의 언어로 구축해왔다.
이번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에서도 그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는 한층 응축됐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은 더욱 깊어졌다. 수국과 앵두, 두부와 옹기, 저녁과 나방처럼 우리 곁에서 흔히 마주치는 것들이 그의 시에 들어가면 삶의 상처를 비추는 낯선 거울이 된다.
특히 사윤수의 시는 슬픔을 직접 호소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검은 두부’가 그렇다. 시인은 “검은 두부가 온다 밤마다 온다”며 검은 두부를 베어 먹고 뜯어 먹는 기이한 풍경을 펼쳐놓는다. 아무도 자신이 그것을 먹은 줄 모르지만 “감은 눈 위로 흑바람이 불 때 검은 눈물이 맺히는” 순간, 검은 두부는 더 이상 음식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삼킨 어떤 기억과 상처의 형상이 된다.
‘슬픔 한 포대’에서도 슬픔은 추상적인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어디 내다 팔 곳도 없고 다 버리기에도 아까운 슬픔을 골라 포대에 넣고 “차곡차곡 싸서 깊이 넣어두고” 언젠가 그것을 넣어둔 곳마저 잊어버리기를 기다린다. 슬픔을 말하면서도 감상으로 흐르지 않는 사윤수 시의 특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집의 해설 ‘무지개 건너에는 꽃다발이’를 쓴 장정일 시인은 사윤수의 시 세계를 ‘슬픔’이라는 중요한 열쇳말로 읽는다. 장 시인은 “시인은 세계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긍정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부정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더 예민하다. 그런 점에서 사윤수는 정통 시인임이 분명하다”고 평한다. 이어 표제작의 씨앗이 된 ‘시가 너에게’의 “눈물 석 동이가 너의 시”라는 구절을 짚으며 사윤수에게 삶은 즐거움보다 슬픔에 조금 더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의 시가 절망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무욕과 인내, 조용한 염원을 통해 잃어버렸거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를 끊임없이 불러낸다. 시집 제목의 ‘씨앗 한 되’도 그런 의미에서 읽힌다. 앵두가 쥐여준 것은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손바닥에 겨우 담기는 작고 단단한 씨앗이다. 그러나 씨앗은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장정일은 사윤수 시의 뿌리를 그의 유년에서 찾기도 한다. 경북 청도군 화양면 남성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초등학교 5학년 겨울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사한 기억, 지붕 위를 건너는 명지바람과 자드락비 소리, 감또개가 굴러내리는 소리 같은 고향의 감각이 그의 시를 키웠다는 것이다. 사윤수에게 의태어와 의성어는 단순한 언어적 기교가 아니라 “추억의 육화이자 고향의 재현”에 가깝다.
이날 북토크에서는 시인의 작품을 목소리로 만나는 시낭송 무대도 마련된다. 곽미숙 시인이 ‘수국은 누구의 눈매라 해야 할까요’를, 모현숙 시인이 ‘검은 두부’를 낭송한다. 백지은 시인은 ‘슬픔 한 포대’, 서정희 시인은 ‘옹기를 줍다’, 이아침 시인은 ‘봄의 증명서’를 각각 들려준다.
특히 ‘수국은 누구의 눈매라 해야 할까’에서 시인은 현무암 돌담 곁에 만발한 수국을 바라보다 수국(水國)과 수국(水菊)을 넘나든다. 제주어의 울림과 흰 꽃송이, 나비 떼가 뒤섞이면서 한 송이 꽃은 어느새 사라진 시간과 기억을 불러오는 통로가 된다. 사윤수 특유의 낯선 조어와 말의 비틀기가 익숙한 풍경을 전혀 다른 세계로 바꾸어 놓는 작품이다.
빠르게 읽히고 빠르게 잊히는 언어가 넘치는 시대다. 사윤수의 시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쉽게 읽히지 않는 대신 천천히 스며들고, 한 번 마음에 들어온 문장은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다. 피노키오의 코처럼 시를 다시 읽을 때마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감정 하나가 조금씩 자라나는 시다.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 어쩌면 그것은 슬픔을 다 견디고 난 사람이 손에 남겨둔 최소한의 미래인지도 모른다. 그 씨앗이 어떤 시의 꽃으로 피어나는지, 초가을 저녁 시인에게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자리다.
행사 문의는 이미정 ‘산아래 수목원산책’ 책방지기(010-9361-2443)로 하면 된다.
사윤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시인동네) 표지
